미국의 제로 금리에도 시장이 힘을 쓰지 못하면서 미국 개별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해 말까지 미국 증시가 초강세장을 연출하자 미국 개별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ELS가 다수 발행됐으나 최근 폭락장에서 증시보다 더 크게 하락한 주식들이 속출하면서 개별주식 ELS 투자자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1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년간 해외주식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ELS 중 아직 상환되지 않은 잔액은 공모 881억원, 사모 1,421억원 등 총 2,303억원이다. 상당수가 페이스북·아마존·애플·테슬라 등 지난해 주가가 크게 오른 미국 테크주식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됐다. 이들 주식은 최근 급락장에서 고점 대비 15~20%가량 급락했다. 원금 손실 구간이 발행 당시 주가의 50~60%임을 감안하면 아직 이들 ELS의 경우 여력이 남아 있다. 그러나 일부 ELS는 주가 하락률이 고점 대비 40~50%에 달하는 우버·월트디즈니·보잉의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어 녹인(Knock-In·원금 손실 가능 구간)이 발생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이 지난해 11월 발행한 사모 ELS18942호가 녹인에 진입했다. 10억원어치가 발행된 이 ELS는 월트디즈니와 아마존 등 미국 주식 3개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다. 이 가운데 월트디즈니의 주가가 지난 12일(현지시간) 91.81달러로 하락하면서 발행기준액(151.48달러)의 66%인 녹인 기준선을 밑돌았다. 이에 따라 올해 12월인 만기시점까지 상당 수준으로 주가가 반등하지 않으면 원금손실이 확정된다.
또 NH투자증권 19116호·19117호에 포함된 우버의 주가가 발행 당시 37.01달러였으나 13일(현지시간) 22.6로 마감, 38.9%나 하락해 녹인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ELS는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식의 가격이 40% 이상 떨어지면 만기시점까지 주가가 발행가 이상으로 올라야 손실을 면할 수 있다. 한편 16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30달러선을 밑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원유 파생결합증권(DLS)의 추가 녹인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날 오후4시30분 현재 전날보다 4.4% 하락한 30.69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유가 DLS의 경우 원금손실 구간이 30달러 안팎에 걸쳐져 있어 추가 하락시 대거 녹인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