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락장에서 최대 10배의 레버리지를 제공하는 차액결제거래(CFD)를 통해 주식을 거래한 투자자들이 대규모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CFD 계좌를 통해 매수한 주식이 급락하자 해당 증권사들이 반대매매에 나서면서 주가가 하한가로 직행하기도 했다. 최근 급락장이 이어지면서 ‘CFD 깡통계좌’도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서 웨이브일렉트로·파크시스템스 등의 종목에 대해 외국계증권사인 CS증권 창구에서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왔다. 이날 이들 종목은 주가가 30%가량 떨어지며 나란히 하한가를 맞았다. 전날에도 피씨디렉트·휴림로봇·엠플러스·영화테크 등에 대한 대규모 매도가 CS증권 창구를 통해 이뤄졌다. 이 종목들은 연일 증시 전체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증권업계는 이 대량 매도가 CFD 계좌에서 이뤄진 반대매매 물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CFD란 개인투자자들이 일정 증거금만 내면 증권사가 주식을 대리로 사고팔아 생기는 차액만 현금으로 챙길 수 있는 장외파생상품이다. 증거금률은 종목별로 상이하며 최소 10%에서 최대 100%다. 예컨대 주당 4만5,000원인 삼성전자를 CFD 계좌로 주문할 경우 증거금률이 10%라고 가정하면 4,500원의 증거금으로 삼성전자 1주에 투자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주가가 10% 오르면 100%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주가가 오를 때는 그만큼 고수익을 낼 수 있지만 내릴 때는 대규모 손실을 보게 된다. 일반적으로는 CFD 계좌에서 4~5배의 레버리지를 일으켜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주문을 받아 국내 증권사의 중개를 거쳐 실제 주식을 매매하는 주체는 프라임브로커인 외국계 증권사이기 때문에 매수와 매도 주체도 외국인으로 잡히는 점도 특징이다.
문제는 레버리지가 큰 만큼 손실률도 클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급락장에서는 CFD 증권사의 반대매매로 인해 연쇄 급락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웨이브일렉트로의 경우 지난 3거래일 연속 주가가 5~10%씩 빠지자 19일에는 CS증권 창구에서만 20만주 이상의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왔다. 파크시스템스 역시 이날 CS증권 창구에서 4만7,000주 이상의 물량이 매도됐다. 이는 주가 하락으로 증거금 이상의 손실이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CFD 거래의 프라임브로커인 CS증권이 반대매매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CFD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출한 CS증권 의 점유율이 높은 만큼 주가가 급락하면 CS증권 창구를 통해 대규모 물량이 쏟아져 나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증거금률이 20~40%선인 경우가 많아 최근과 같은 급락장에서는 쉽게 반대매매 조건이 충족되고 있다.
증시 급락이 지속되면서 CFD 깡통계좌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CFD 거래가 허용된 전문투자자 요건이 완화되면서 CFD 거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또 올해 말부터 종목당 3억원으로 강화되는 대주주 양도세 요건을 피하기 위한 큰손 개미들의 관심도 늘었다. 이에 당초 국내에서 1~2곳의 증권사뿐이었던 CFD 서비스를 증권사들이 앞다퉈 도입하면서 현재는 9곳에서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에서는 CFD 계좌를 통한 세금회피나 대규모 손실 위험성 등을 살피고 있으며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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