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가 상장주식에 투자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지 않지만 ‘주식부자’에 대해서는 ‘대주주’라는 이름을 달아 세금을 매긴다. 정부는 대주주 요건을 지속적으로 낮추면서 세원을 넓혀왔다. 대주주 기준은 지난 2017년 말 기준 코스피 종목당 25억원, 코스닥 20억원, 2018년에는 각각 15억원, 지난해 말에는 10억원으로 더 낮아졌다. 올해 말에는 또다시 3억원으로 대폭 줄어든다. 과세 기준일은 4월1일지만 대주주 판단 기준은 전년 12월 말이다. 대주주 요건에 충족되면 내년 4월1일 이후 매도분에 대해서는 양도세를 내야 한다. 양도세는 양도차익이 3억원 이하의 경우 22%(이하 지방세 포함), 3억원 초과는 27.5%다. 여기에 보유 1년 이내에 매도할 경우 33%의 세금이 부과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마다 연말에는 개인들의 주식 매도가 거셌다. 특히 올해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직접투자 열풍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증시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지만 3억원 기준이 유지되면 연말로 갈수록 개인들도 매도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많다.
◇ “가족 보유액 합치지 말고 인별로 대주주 판단해야”=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대주주 양도세 부과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대주주 요건 판단 시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까지 합산한다는 점이다. 소득세법상 직계존비속과 배우자가 이에 해당한다. 직계존비속은 조부모(외가 포함)와 부모·자녀·손자녀까지 포함된다. 이에 따라 본인이 양도세가 부과되는 대주주인지 여부를 알려면 가족들과 보유현황을 공개해야 한다. 과거에는 종목당 10억원으로 기준금액이 높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은 해당 사항이 없었지만 올해 말 기준 3억원으로 대폭 하향되면서 대주주 요건에 포함되는 경우도 껑충 뛸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증권사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부부 사이에도 재산을 다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조부모와 자녀까지 보유지분을 공유해 대주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최근 들어 예금이나 부동산에서 눈을 돌려 삼성전자에 목돈을 묻어두는 개인들이 늘고 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가족 지분을 합쳐 3억원이 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개인별로 대주주 여부를 가리는 게 합리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종합부동산세 역시 부부도 인별로 과세금액을 따지는데 주식은 직계존비속에 배우자까지 합쳐 양도세 과세 여부를 판별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적어도 직계존속이 아닌 직계비속(자녀)과 배우자 정도까지 합쳐서 대주주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차선책이 될 수 있다는 제안도 나온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같이 거주하는 경우가 많은 배우자와 자녀 정도까지만이라도 합산하는 것이 그나마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말 역대급 개인 투매 가능성 …“10억원 기준 당분간 유지해야”=대주주 여부는 12월 말 사업연도 종료일에 일정 금액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지로 평가된다. 그러다 보니 연말에 하루만 피하면 대주주 요건에서 빠져나갈 수 있어 매년 12월 말이면 개인투자자들의 매물이 쏟아진다. 개인투자자 순매도 금액은 코스피시장 기준으로 기존 25억원에서 15억원으로 강화된 2017년 12월에는 약 3조6,000억원, 15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된 2019년 말에는 3조8,000억원에 달했다. 특히 올해는 개인투자자들이 연초부터 국내 주식 투자로 관심을 돌리면서 그동안 부동산과 해외주식 투자에 몰려 있던 자금이 국내 증시로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연초 이후 20조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수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는 3억원으로 대폭 강화된 만큼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매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침체된 상황에서 올해 말 3억원이 유지되면 역대급 개인 매물이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말 3억원으로 낮아지는 기준을 당분간 유예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3억원 대주주 기준은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라고 본다”며 “부디 심사숙고해 자본시장·주식시장이 침체되지 않도록 대안을 찾아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청원이 잇따라 올라오는 이유다.
황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증시 불안이 안정될 때까지 인별 10억원 기준으로 대주주 여부를 판단해 과세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김영진 금융투자협회 세제지원부장도 “개인투자자들이 증시에 장기 투자하면서 증시에 머물고, 기업 성장의 과실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불합리한 대주주 양도세 부과 기준의 손질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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