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의 3월 중국 현지 소매판매가 ‘V자 반등’ 곡선을 그렸다. 중국 현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던 지난 2월만 해도 지난해 동기 대비 판매량이 80%가량 폭락했지만 지난달에는 20~30% 하락에 그쳤다. 현지 코로나19 사태가 수그러들기 시작하며 소비심리가 점차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현지에서는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책 시행을 속속 결정하면서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량이 4~5월에 전년 수준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5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베이징현대는 지난달 소매로 3만4,890대를, 둥펑위에다기아는 1만3,537대를 각각 판매했다.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의 판매량은 전달 대비 5~6배가량 급증했고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각각 22.5%, 38.5% 감소하는 데 그쳤다. 2월 코로나19로 공장가동 중지, 물류장애가 발생하며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9.4%, 87.0% 판매량이 급락했지만 3월 들어 빠르게 회복세를 타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 본토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대폭 줄며 그간 움츠려들었던 내수 소비가 빠르게 회복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중국 당국이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자동차 소비 활성화 카드를 꺼내 들며 4~5월에는 전년도 판매량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당국은 자동차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개별소비세와 유사한 증치세 인하, 신차 구입 규제 완화 혹은 철폐, 중고차에서 신차로 교체할 경우 부가가치세 0.5% 인하 등의 정책을 조만간 실행할 계획이다. 이 같은 정책이 4월 중 시행된다면 중국 자동차 시장 판매는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중국 자동차 시장은 4~5월이 비수기라 전년도 판매량이 많지 않은데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가 몰리고 정책 시행으로 자동차 구매를 망설였던 소비자까지 유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중국 정부는 자동차 구매촉진책으로 효과를 톡톡히 보기도 했다. 중국은 2009년 중고차를 신차로 바꿀 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구환신’과 소형차에 대한 취득세 감면 정책을 시행했다. 그 결과 2009년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45.5%라는 기록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본격 회복할 경우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가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올 3월을 기준으로 보면 중국 자동차 평균 회복세보다 두 회사가 앞서고 있다. 중국자동차연석회의에 따르면 올 3월 1~3주차 중국 주간 자동차 일 평균 판매량은 2만1,401대로 전년 동기(3만8,560대) 대비 55% 수준이다. 반면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는 이보다 10~20%포인트가량 앞서고 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변하기는 했지만 중국 당국이 대대적인 자동차 소비 촉진에 나섰던 2009년 베이징현대는 57만대를 판매해 전년(30만대)보다 두배가량 판매량을 늘리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는 혁신적인 마케팅 도입, 인사 새판짜기로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는 다짐이다. 4월 들어 베이징현대는 ‘신안리더(마음의 평온과 다양한 혜택을 드립니다)’를, 둥펑위에다기아는 ‘아이신부두안(사랑하는 마음은 끝이 없다)’ 캠페인을 시작했다. 고객이 차량 구입 후 1년 내 실직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경우 차량을 잔여 할부금으로 되사주는 걸 골자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또 차를 산 뒤 한 달 내에 마음이 바뀌어도 무상으로 교환준다. 이들 프로그램은 2009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에서 도입해 반향을 일으킨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의 중국판이다. 당시 현대차(005380)는 미국 자동차 업체 중 유일하게 매출이 늘었을 정도로 효과를 봤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전례 없는 침체를 겪은 이때 역발상 전략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또 지난달 27일 수시인사를 단행해 중국 임원진을 대거 물갈이하며 시장 공략의 새판을 짜고 있다. 베이징현대 구매·생산본부장과 베이징 공장장, 현대차그룹중국 중국상품기획팀장과 둥펑위에다기아 판매 담당 임원도 모두 교체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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