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003490)이 송현동 부지를 비롯한 유휴 자산 매각 주관사로 ‘삼성증권-KPMG’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대한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유휴 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조원태 한진(002320)그룹 회장은 이번 자산 매각을 통해 한진칼(180640)의 경영권 분쟁이 2라운드로 접어들고 있는 만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흔적을 지우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주 ‘삼성증권-KPMG’ 컨소시엄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 매각 대상 유휴 자산은 △서울 종로구 송현동 토지(3만6,642㎡)와 건물(605㎡) △왕산레저개발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 파라다이스 호텔 토지(5만3,670㎡) 와 건물(1만2,246㎡)이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사태로 재정난이 심화되자 지난 2월 유휴자산 매각에 착수했다. 한진그룹은 매각 주관사 선정을 위해 제안 요청서(RFP)를 10여 곳에 발송했고, 이 중 ‘한국자산관리방송 컨소시엄’과 ‘쿠쉬만앤드웨이크필드’와 ‘삼성증권-KPMG’ 컨소시엄 3곳이 적격후보(숏리스트)에 선정됐다. 한진그룹은 이들 가운데 실무 경험이 가장 많은 ‘삼성증권-KPMG’ 컨소시엄을 선택했다.
이번 매각 대상 중 송현동 부지는 여러 인수 후보들이 태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에서도 서울시 측은 공원으로의 개발 계획을 밝히며 대한항공에게 인수를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양측의 기대금액이 달라 딜이 성사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아울러 송현동 부지는 관광진흥법, 학교보건법 등의 제약에 발목을 잡힌 상태라 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인수 여부가 결정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조 회장의 유휴 자산 매각이 조 전 부사장의 흔적을 지우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송현동 부지는 조 전 부사장이 애착을 갖고 ‘7성급 호텔’ 건립을 추진했으나 무산된 곳이다. 왕산레저개발은 조 전 부사장이 ‘땅콩회항’ 사건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대표이사를 맡았던 계열사다. 칼호텔네트워크가 소유한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역시 조 전 부사장의 애착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재무구조 개선 목적으로 진행하는 만큼 가격대를 낮게 팔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매각이 성공적으로 끝날 경우 미국 LA에 있는 윌셔그랜드센터와 인천의 그랜드 하얏트 인천 등의 추가적인 매각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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