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1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영난을 겪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유동성 지원이 필요한 만큼, 충분한 규모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이날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총 회장단 회의 인사말에서 “세계 경제가 내년 이후까지도 코로나19 이전 상태로 회복되긴 어려울 것 같다”며 이같이 주문했다.
그는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과 같은 상황의 호전 없이는 경제활동이 계속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수출입 의존도가 세계 최상위권이고 글로벌 공급망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실물경제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손 회장은 지난달 수출이 전년동기 대비 24.3% 감소하고 2·4분기 기업의 매출액 격감과 영업이익의 대규모 적자 전환, 소비, 생산, 투자, 고용 등 실물경제 지표의 악화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금 같은 출혈 경영이 몇 개월 더 지속된다면 많은 기업이 심각한 상황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현시점에는 우리 기업들이 경영 위기를 버티면서 살아남아 고용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 역량이 총동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각지에 생산 기지를 둔 국내 기업이 해외가동 중단에 따른 손실까지 감당해야 하는 점을 고려한다면 정부의 경영안정 자금과 유동성 지원이 필요한 만큼, 충분한 규모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환경에 대해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중국 등 경제 대국이 자국 이익을 앞세우며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주요 제조국은 공급망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 내 공급을 강화하는 등 탈세계화가 진전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이런 변화 속에서 우리나라도 국내생산의 가격, 품질,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국들을 따돌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 활력 제고와 국내생산 유인 강화를 위해서는 법인세 인하, 규제개혁, 협력적인 노사관계 정립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경제계 건의 사항을 모아 관계 부처와 협의하겠다고 했다.
손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지난달 경기도 이천에서 발생한 물류창고 화재를 언급하며 “많은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기업이 산업안전 활동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해서는 “자율적 기부도 좋은 취지인 만큼 많은 기업인이 동참하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회의는 2월 경총이 정관 개정을 통해 회장단 회의를 공식 회의체로 격상한 후 처음 열렸다.
손 회장을 비롯해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 김창범 한화솔루션 부회장, 동현수 두산 부회장, 안병덕 코오롱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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