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에게 나눠준 14조3,000억원의 긴급재난지원금 효과가 너무 달콤했을까. 정치권을 중심으로 재정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해 추가로 지원금을 지급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나아가 이미 핀란드 등 유럽 선진국들의 실험사례에서 실패로 확인된 기본소득제를 평시에도 도입하자는 의견도 있어 이미 빨간 불이 들어온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2차 긴급재난지원금과 기본소득에 선을 긋고 있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1인당 20만원씩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 5,178만명에게 지급하려면 10조3,56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근 “전 국민에 1인당 20만원씩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자”고 정부에 공식 건의해 화두로 떠올랐고 더불어민주당의 김두관 의원과 설훈 최고위원이 동조 의견을 내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가구당 최대 100만원씩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은 전체 2,171만가구 중 99.1%인 2,152만가구가 받았다. 총액 14조2,448억원 중 13조5,428억원을 수령해 95.1% 지급 완료됐다. 일각에서는 지역경기가 다소 살아나는 등 소비심리가 반등하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제는 재원이다. 정부는 2차와 3차 추경을 편성하면서 이미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기 때문에 결국 대부분을 적자국채 발행으로 조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국가채무는 850조5,000억원까지 늘어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43.5%인 국가채무비율도 더 상승하게 된다. 이처럼 인기영합적인 달콤한 현금 복지의 위력을 우려했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난지원금은 일시적”이라며 “추가 지급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코로나19 쇼크가 얼마나 번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경제위기를 효율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얼마 안 되는 실탄이 소진될 수 있기 때문에 검토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운을 떼면서 여야 논의에 불을 붙인 기본소득제 도입도 재정여건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만약 전 국민에게 1인당 월 5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나라살림(512조원)의 60%에 달하는 310조6,800억원의 예산이 1년에 들어간다. 또 기존의 복지제도 개혁과 세입확충 논의도 필수적으로 병행돼야 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아직 우리 여건상 기본소득제를 도입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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