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분생산 업체들이 중국 등 외국산과 환경규제 등으로 대부분 폐업하면서 감자가 남아돌아도 전분으로 만들지 못하는 일이 생겨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감자생산 농가들은 남아도는 감자를 처분하지 못해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11일 전분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최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작년에 수매한 감자 3,000톤을 국내 전분 생산업체에서 전분으로 생산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올 들어서만 두차례에 걸쳐 제안을 했지만 국내 전분 생산업체는 재고가 쌓여 추가 생산하기가 어렵다고 고사한 것이다. 정부가 3,000톤 규모의 감자를 전분으로 생산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전례가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초중고교 개학이 연기되면서 학교급식 납품을 못하자 감자가 남아돌자 정부가 국내 전분생산 업체에 급하게 ‘SOS’를 요청했다.
하지만 국내 전분 생산업체는 전국에 4곳 정도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전분생산 업체는 한 때 100여곳에 달했지만 지금은 4곳이 전부다. 밀려드는 저가 중국산 때문에 가격경쟁력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데다 각종 환경규제 등으로 생산단가는 점점 올라가고 있어 폐업을 선택하고 있어서다. 4개 업체 중에도 사실상 2개는 폐업 직전이고, 2개 업체만 겨우 공장을 가동중이다.
남은 2개 업체마저 기존에 만들어 놓은 전분 재고가 많아 추가 전분 생산이 어렵다고 고사를 한 것이다.
실제 2018년 4개 업체가 2,856톤의 전분을 생산했지만 판매된 물량은 2,787톤 밖에 안된다. 70여톤이 재고로 쌓여 있는 셈이다. 작년 떠안은 재고분도 933톤에 달한다. 외국산에 밀려 국산 전분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생산을 해도 팔리지 않아 재고만 쌓이는 악순환이 되고 있다. 국산 감자 전분은 킬로그램(kg)당 3,000원이지만 수입산은 1,000원 수준이다. 국산 고구마 전분도 마찬가지다. 국내 전분 시장은 중국 등 수입산에 잠식당한 지 오래다. 한 국산 전분업체 관계자는 “전분을 생산하고 남은 찌꺼기 처리비용만 연간 1억원”이라며 “국산 전분업체가 생산을 해도 가격 경쟁력이 없어 재고가 쌓이다 보니 추가 전분생산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전분 업체의 경영악화는 물론 감자생산 농가 피해도 불가피해졌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정부는 매년 감자 전체 생산량의 2% 정도를 전분용으로 수매했지만 국산 전분업체가 사라지면서 처리할 곳이 마땅치 않아 정부의 수매량 자체가 줄어들 수 밖에 없어서다. 농수산유통공사는 수매감자 3,000톤 가운데 700여톤은 비협동조합 회원사인 전분 업체에 맡겼지만, 나머지 2,300톤 처리를 놓고 고민이 커지고 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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