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오는 29일 ‘취임 2주년’을 맞는다.
재계에서는 4세대 경영인인 구 회장이 ‘소리 없이 강한 리더십’으로 LG를 이전과는 확 다른 모습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 회장은 지난 2018년 5월 고(故) 구본무 회장 별세로 만 40세의 나이로 LG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다. 계열사 사업 파악 등에 초점을 맞춘 1년 차와 달리 경영 2년 차에는 ‘젊은 총수’로서의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취임 3년 차에 접어든 구 회장의 키워드는 ‘실용주의·미래준비·고객가치’로 요약된다.
먼저 구 회장은 그룹 차원의 회의체나 모임 등을 간소화하고 보고 및 회의 문화를 개선하며 실용주의 문화를 확산했다. LG는 올해부터 상·하반기 두 차례 진행되던 ‘사업보고회’를 하반기 한 차례만 진행하기로 했다. 대신 보고가 아닌 토론 형식으로 수시로 전략 방향을 논의한다. 임원 세미나도 LG포럼이라는 100명 미만 규모의 월례 포럼으로 이름을 바꾸고 토론 형식으로 진행된다.
일각에서는 69개 계열사를 이끄는 구 회장의 자율성 강조가 LG의 조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구 회장은 인사를 통해 이 같은 우려를 타파했다. 2018년과 지난해 인사 키워드는 성과주의에 입각한 ‘세대교체’였다. 매해 100명이 넘는 신규 임원이 발탁되고 이 과정에서 순혈주의도 깨졌다. 올해부터는 그룹 정기공채도 65년 만에 폐지했다. 신입사원의 70% 이상을 인턴십으로 선발한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맞춰 조직의 유연성과 순발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구 회장이 취임하면서 ‘인화의 LG’가 ‘공격의 LG’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구 회장 취임 이후 LG는 LG화학(051910)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소송전, 삼성전자와의 TV 화질 관련 비방전, LG생활건강(051900)의 애경산업 상대 치약 상표권 소송 제기 등 주요 현안에 단호히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구 회장은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술·지식재산권에 대해서만큼은 양보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주력사업은 밀어주는 한편 부진한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며 미래사업 육성을 위한 실탄도 확보하고 있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올해 1·4분기 중국·일본 업체를 제치고 글로벌 시장 1위에 올랐다. LG화학은 최근 수익성이 악화한 액정표시장치(LCD) 편광판 사업을 매각했다. LG유플러스(032640)는 지난해 말 ‘LG헬로비전’을 출범해 5세대(5G) 시대 방송통신 융복합을 주도하면서 전자결제 사업 등을 팔았다. 지난해 ‘신가전’에 힘입어 연매출 21조원의 신기록을 쓴 LG전자(066570)도 연료전지·수처리 사업 등을 매각했다.
구 회장은 지난해 10월 미래사업가로 육성 중인 내부 인재 100여명과 LG 인화원에서 직접 만나는 등 인재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LG사이언스파크를 중심으로 연구개발(R&D) 분야 개방과 협업도 늘리고 있다.
직접 고객접점 현장을 찾기도 했다. 올해 2월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했고 5월에는 서울시 마곡에 위치한 R&D 허브인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아 고객가치 실천을 강조했다. LG 계열사들은 디지털 시대 고객과 기술 변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일하는 방식 등을 변화시키는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전환)’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취임 3년 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및 미래 성장 분야에서의 인수합병(M&A) ‘빅 딜’ 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월 LG전자 등이 갖고 있던 중국 베이징 트윈타워 지분을 매각하면서 1조3,700억원의 실탄을 확보한 상황이다.
‘안전경영’에도 초점을 맞춘다. 최근 LG화학의 인도공장과 서산공장에서 잇따라 화재사고가 발생해 구 회장이 직접 사과하고 안전경영을 전 계열사에 주문한 바 있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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