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가 전환주식 발행이라는 묘수를 발휘하며 자금조달에 탄력을 붙이고 있다. 유상증자 규모를 기존 5,949억원에서 3,966억원으로 낮춰 추진하면서도 주요 주주인 우리은행의 부담을 덜어주며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는 물꼬를 열었다는 평가다. 전환주식은 의결권이 없으나 일정 조건하에서 의결권 있는 보통주로 바꿀 수 있는 주식으로 케이뱅크 지분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우리은행은 그동안 케이뱅크 증자에 참여해 지분율이 높아져 더 많은 규제에 놓이게 되는 상황을 경계했다. 지난 4월 케이뱅크 이사회에서 보통주로만 5,949억원의 유상증자가 결정된 후 정상화 ‘로드맵’을 요구하며 증자에 소극적이었던 배경이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7월 케이뱅크 증자 이후 우리은행과 NH투자증권(005940)의 케이뱅크 지분율은 각각 최대 19%, 13%로 올라서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BC카드·우리은행·NH투자증권 등 케이뱅크 3대 주주에 2,392억원의 유상증자 규모를 단순 배정한 추정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19% 지분율을 차지하면 NH투자증권은 기존 수준을 유지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며 “결국 지분율이 20%에 가까워지는 우리은행을 향해 케이뱅크는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안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BC카드가 7월 증자에서 단번에 34%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라설 경우 우리은행과 NH투자증권의 지분율은 오히려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증자 참여에 동기 부여를 위해 케이뱅크가 추가 투자처 확보에 사활을 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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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적인 투자처를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전환주식 발행으로 7월 유상증자는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보통주로만 유상증자를 할 경우 우리은행의 지분율은 20%를 훌쩍 넘길 수 있었다. 그동안 우리은행이 추가 출자를 기정사실화하고서도 뚜렷한 규모와 시기를 확정하지 않은 이유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금융지주의 자회사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다른 회사를 지배할 수 없다. 우리은행이 케이뱅크를 자회사로 둘 수 없는 상황에서 재무적투자자(FI)로서 단순투자에 나서더라도 금융산업구조개선법상 20% 이상 출자를 할 경우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레버리지비율 등의 규제도 더욱 압박이 가해질 수 있었다. 결국 6월 증자까지 미뤄지자 우리은행이 전환주 발행을 제안하면서 상황이 급반전했다. 자금조달이 급한 케이뱅크로서는 보통주나 전환주나 발행형태는 큰 변수가 아니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겉으로 보면 유상증자 규모가 반으로 줄었지만 주요 주주를 만족시키는 증자안을 다시 내놓은 셈”이라며 “지분율 부담이 경감된 우리은행도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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