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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L의 '배터리 굴기'에.. 흔들리는 ‘포스트 반도체’[양철민의 인더스트리]

CATL, 33억 위안 들여 본사에 연구소 설립 예정

테슬라, GM 등 잇따라 고객사 확보하며 입지 과시

기술력 낮지만 내수시장 기반으로 '규모의 경제' 확보

국내 배터리 3사와 글로벌 시장에서 충돌 불가피

중국 푸젠성 닝더시 CATL 본사 전경/사진제공=CATL홈페이지




중국의 전기차용 배터리 제조사인 CATL이 테슬라, GM 등 글로벌 전기차 업체와 손잡은데 이어 대규모 연구개발(R&D) 센터까지 신설하며 글로벌 점유율 확대에 고삐를 죈다. LG화학(051910)·SK이노베이션(096770)·삼성SDI(006400)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배터리 시장 장악에 수 조원을 쏟아붓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에서 CATL과의 정면 승부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8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CATL은 본사가 자리한 중국 주푸젠성 닝더시에 차세대 배터리를 연구할 ‘21C 랩’ 건설에 착수했다. CATL은 21C 랩 건설과 기술개발 등을 지원하기 위해 33억 위안(약 5,6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며 내년 연말께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로빈정 CALT 회장은 “CATL은 계속되는 혁신을 통해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며 “이번 21C 랩은 CATL의 기술력은 물론 상상력까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CATL이 기술력까지 고도화 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빠른 점유율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중국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지난해 1·4분기 23.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올 1·4분기에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생산라인 가동 차질 등으로 점유율이 17.4%로 떨어졌지만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된 만큼 다시금 점유율이 높아질 전망이다. 실제 올 1월부터 4월까지 누적 기준 CATL의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21.0%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 시장 진출을 노리는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도 CATL의 눈치를 보고 있다.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전기차 ‘모델3’에 기존 LG화학 외에도 CATL이 생산한 배터리를 탑재한다. LG화학이 기술력이 높은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공급하는 반면 CALT은 기술력이 떨어지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공급한다. LFP 배터리는 출력이 낮은 반면 가격이 저렴해 중국 시장에서 제품 라인업 확장에 나선 테슬라의 선택을 받았다. CATL은 테슬라와 함께 고효율 배터리를 개발 중이며 이르면 올 연말부터 해당 배터리를 탑재한 제품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1위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도 자국업체 보호 성향이 강한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CATL과 같은 중국 업체와의 협업이 필수”라며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바탕으로 외국배터리 업체의 자국 시장 진출을 제한하는 상황에서 한국업체의 기술 우위만으로는 점유율 확대에 한계가 분명하다”고 밝혔다. CATL은 BMW, 폭스바겐에 이어 지난달 GM까지 고객사로 확보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CATL의 전시장에서 전기차 업체 관계자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사진제공=CATL홈페이지


국내 배터리 업계는 이 같은 CATL의 글로벌 행보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집계에서 CATL은 0%대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데 그쳐 LG화학(26.4%), 삼성SDI(7.0%), SK(034730)이노베이션(5.0%) 등 한국계 배터리 업체의 점유율과 격차가 크다. 반면 CALT이 지금처럼 글로벌 고객사를 다수 확보해 나갈 경우 중국 외 시장에서도 국내 배터리 3사와 경쟁이 불가피하다.

일각에서는 국내 배터리3사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현대차그룹간의 협업에 기대를 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최근 삼성SDI·LG화학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을 각각 만난데 이어, SK이노베이션 사업장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회동이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K자동차-K배터리’ 동맹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CATL 입장에서는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규모의 경제’를 갖춘데 이어 글로벌 업체와의 협업 확대 등으로 기술 및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노릴 수 있다”며 “한국의 ‘포스트 반도체’로 불리는 배터리 산업마저 ‘차이나 굴기’에 수익 확대가 쉽지 않은 모습”이라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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