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방역 성공 기저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블랙스완(예측하지 못한 악재)’ 사태를 관리하기 위해서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우리가 배워야하는 점은 무엇일까. 그 답은 ‘기초과학’에 있었다.
1일 열린 서울포럼 2020의 세션1 연사로 나선 스티브 그래닉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장은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성공은 기초과학에 있다며 미래에는 한국이 기초과학 강국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닉 연구단장은 기초과학 연구를 위해 5년 전 한국을 찾았다.
그래닉 연구단장은 “한국의 방역성공을 가능케 한 요인을 조사해 보면 개발 당시에는 유용성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코로나바이러스 퇴치에 필수적이 된 기초과학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검사하는 데 사용되는 DNA 분석은 한 과학자가 개발한 PCR 기술에 의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과학자가 PCR 기술을 개발했을 때만 하더라도 그가 소속돼 있던 기술 경영팀의 반대에 부딪쳤다”며 “하지만 이 기술이 개발되고 후대에 이 기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코로나19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술이 활용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하는 데 효과적으로 사용되는 GPS에 기반한 휴대폰 추적 기술 또한 기초과학에 근거했다고 말했다. 그는 “GPS 기술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근거한 기술로 상대성이론이 나왔을 당시에는 실용성이 전혀 없었다”며 “하지만 해당 기술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에 닥칠 블랙스완 사태를 고려하면 한국의 기초과학 개발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작은 국가니 다른 나라가 기초과학 연구를 하고 우리는 그 기술을 활용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인구가 600만 명에 불과하지만 세계적인 연구 역량을 갖고 있는 싱가포르, 900만 명의 인구 중 2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스위스의 예를 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닉 연구단장은 한국이 경제 강국인 만큼 기초과학 강국이 되기 위한 다양한 여건을 갖췄다고 전했다. 그는 “과거만 하더라도 한국의 인재들이 한국을 떠나서 미국·유럽에서 연구했는데 이 흐름이 많이 바뀌고 있다”며 “중앙·지방정부가 대학을 지원하며 연구하기 좋은 곳으로 알려져 다양한 국가에서 인재들이 한국으로 역수입 되고 있다”고 말했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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