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회계 분야 국가경쟁력 순위가 지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꼴찌권’을 면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신외부감사법이 도입되고 내부회계관리가 기업 회계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요인으로 부각되면서 경영진의 회계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종합평가의 ‘회계·감사 실무적정성’ 항목에서 한국은 지난해보다 15단계 상승한 46위를 기록했다. 2015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 이후 줄곧 63개국 중 60위권에 머물던 순위가 5년여 만에 최하위권을 면한 셈이다.
금융당국과 업계에서는 하위권에 그치던 국가 회계경쟁력 순위가 갑자기 껑충 뛰어오른 원인으로 기업 경영진의 회계관리에 대한 의지 변화를 지목하고 있다. 스위스 IMD의 순위 선정은 최고경영자(CEO)의 설문조사로 진행되는데 핵심 질문은 ‘(자사의) 감사회계업무가 적절하게 실시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다. 실제로 신외감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이전 기업 경영진은 회계관리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회계전문 직원 영입과 시스템 도입 등 내부회계통제가 기업의 감사보고서에서 재무제표만큼이나 중요한 평가 요인이 되면서 경영진의 관심도 커졌다. 당국에서는 CEO를 포함한 경영진의 회계관리에 대한 의지가 강해지면서 관련 순위도 상승했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IMD 순위가 기업의 회계투명성을 전적으로 평가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기업 경영진의 회계관리에 대한 의지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은 된다”며 “신외감법 시행 등으로 CEO들이 기업 경영에서 회계가 중요하다고 인식하게 됐고, 이런 의지가 평가에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계관리에 대한 경영진의 ‘의지’가 기업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 같은 경영진의 의지는 내부회계관리제도가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적용되는 오는 2022년부터 더욱 중요해진다.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 의무는 2022년부터 현행 개별회사의 재무정보에서 연결회사의 재무정보로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상장사는 연결 기준으로 확대되는 시점에 맞춰 국내외 종속사에 대해서도 지배회사와 일관된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구축·운영해야 한다. 국내 회계 업계 관계자는 “그룹 내부통제체계를 구축할 때는 국내외 사업관리·운영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그룹 전반의 내부통제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은 본사에서 주도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은 대개 모기업과 수많은 계열사로 이뤄져 있는데다 모회사의 영향력이 작고 자회사 내부통제가 취약한 게 사실이다. 자회사에 대한 모회사의 지분율이 낮고 감사위원회의 활동도 제한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성장 중심의 투자 전략 때문에 내부통제 표준화도 잘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이는 2022년부터 연결 기준 내부회계관리제도가 도입될 경우 그룹 전체에 중요한 취약점이 될 수 있다. 모회사가 해외에 있는 특정 자회사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할 경우 다른 자회사에 대한 통제도 취약할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이미지와 연결돼 기업의 해외 투자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연결 기준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준비는 여전히 부족하다. 삼정KPMG가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경우 내부회계관리제도 관련 전담 조직을 갖춘 비중이 지난해 55%에서 61%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인력 규모는 3.8명으로 동일했다. 또한 중견·중소기업에서는 내부회계관리제도 도입의 속도 조절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높다. 당장 회계전문 인력을 영입하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비용 면에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회계 업계는 지난해부터 기업을 대상으로 관련 설명회를 진행하고 효율적인 내부회계관리제도 시스템과 관련한 보고서를 배포하는 등 관련 제도 구축을 서두를 것을 독려하고 있다. 특히 업계는 연결 기준 내부회계관리제도 구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모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통제능력이라고 지적한다.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동일 그룹 내 복수의 상장사가 존재하는데 지배구조상 중간 지배회사인 상장사는 최상위 지배회사의 일부면서 동시에 내부회계관리제도 관련 규정을 준수해야 하는 주체이기도 하기 때문에 내부회계관리제도 구축 시 고려할 요소가 상당히 많고 복잡하다”며 “각 관점에 따라 중요성 산정, 위험평가 등 전 과정이 달라지고 그룹 내 계열사와 계약, 거래관계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인력 충원과 조직 재편도 요구된다. 업계 관계자는 “연결 내부회계관리제도를 도입하면 이를 운영·평가할 전담 인력 규모를 재산정해야 한다”며 “실질적인 운영을 통해 그룹 차원에서 리스크를 관리하고 이를 위한 규정·조직·절차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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