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고 사모펀드 사고가 속출하면서 펀드에 묶인 채 손실 가능성이 높아지는 자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만기가 지나도 시장 상황이 악화돼 자산을 매각하지 못하거나 자산가격이 예상하지 못하게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만기에 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라임펀드나 옵티머스펀드와 같이 아예 운용사들의 불법적인 행위로 펀드가 망가지기도 했다. 그동안 규제 완화 바람을 타고 엄밀한 검증 없이 마구잡이로 만들어져 팔렸던 사모펀드들이 경제 여건이 악화되면서 잠재돼 있었던 펀드의 부실이 수면 위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수조원대 돈 묶인 투자자들 ‘발동동’=2일 성일종 미래통합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276개의 사모펀드는 만기가 지났음에도 환매 연기가 이뤄졌다. 투자원금 기준으로는 3조6,097억원이지만 평가액은 2조2,423억원이었다. 이미 1조3,674억원의 손실이 발생해 수많은 투자자들을 ‘멘붕’에 빠뜨렸다. 그러나 옵티머스펀드·젠투펀드·무역금융펀드 등에서 지난달 약 3,000억원의 추가 환매중단이 발생해 약 4조원 규모의 펀드가 환매중단 상태로 파악된다. 이에 더해 줄줄이 만기가 돌아오는 주요 펀드들을 감안하면 5조원 이상의 돈이 묶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운용사별로 보면 라임자산운용펀드가 현재로서는 가장 많이 환매가 중단돼 있다. 문제가 됐던 무역금융펀드·사모사채펀드·메자닌펀드 외에도 미국 부동산펀드, 코스닥벤처펀드 등도 환매 연기 보고가 돼 있다. 또 올해 초 1,800억원대의 환매중단을 선언했던 알펜루트자산운용의 펀드들 역시 여전히 상환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알펜루트자산운용의 한 관계자는 “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화를 통해 순차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지급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비스자산운용·헤이스팅스자산운용·JB자산운용에서 내놓았던 P2P업체에 투자하는 펀드들도 다수가 극심한 자산부실로 만기 상환이 중단돼 있다. 대신자산운용·플랫폼파트너스·피델리스자산운용 등이 내놓은 무역금융펀드들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상환하지 못하고 있다. 이외에도 글로벌원자산운용의 육류담보대출펀드, 현대자산운용의 중국 하이난항공(HNA)그룹 채권투자펀드 등도 환매 중지 펀드 리스트에 올라 있다.
◇해외 자산 투자…부실 실사·사후관리=특히 해외 자산에 재간접으로 투자한 펀드들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운용사들이 내놓은 펀드를 들여와 국내 운용사들이 다시 파는 형태로, 현지 운용사 실사뿐만 아니라 투자 목적물에 대한 실사가 초기부터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만기 상환이 불발된 후에도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현지 실사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어 자산 회수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례로 이탈리아 의료보험 채권이나 영국 부가가치세 대출 펀드들은 현지 운용사 펀드를 국내에 들여와 팔았다가 환매중단 사태를 맞았다. 무역금융펀드들도 보험이 가입돼 있다는 현지 운용사들의 설명에만 의존해 이를 그대로 투자자들에게 전달하며 판매했다. 그러나 실제로 채권만기 상환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보험사들로부터 돈을 받는 일이 쉽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사모펀드들은 투자 안정성을 강조하며 대개 연 3~4%, 높아도 5~6%선의 예상수익률을 내걸고 자산가들에게 대거 판매됐다. 최소 1억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만큼 투자자들이 주식형 펀드와 같은 높은 수익률보다는 은행예금이자보다 다소 높은 수익을 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펀드에 내재된 위험은 예상수익에 비례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사모펀드 운용업계 관계자는 “해외 자산투자의 경우 금융시장보다는 법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하다”며 “국내 운용사들이 철저한 검증을 거쳐 이 같은 해외 펀드를 들여왔다고 보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혜진·이완기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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