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위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고가 1주택자에 대해서는 종합부동산세율을 높이지 않기로 했다. 다주택자와 단기매매자(1~2년)에 대한 세부담은 강화하되 실수요자와는 차별화하겠다는 방침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정부는 7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열어 다주택자와 단기매매자에 종부세와 양도세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똘똘한 한 채인 고가 1주택자에 대한 세부담을 높이는 방안은 아니다”라며 “투기의 대표적 사례인 다주택자와 단기매매자만 (해당된다)”고 밝혔다. 1주택자를 제외하고 투기적 거래에 한해 과세를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똘똘한 한 채까지 세 부담을 높일 경우 자칫 참여정부 때와 같은 조세저항이 급격히 번질 수 있다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자리에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호승 경제수석 등이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다주택자 부담을 강화하고 서민·실수요자를 보호한다는 원칙하에 다양한 방안에 대해 토의했으며, 향후 관계부처 협의 등을 지속 추진해나가기로 했다고 기재부는 전했다. 이날 회의는 격론이 벌어지면서 보통 때보다 한 시간 이상 길어졌다.
정부는 이르면 9일께 실효세율을 높여 징벌적 과세를 부과하는 세제개편안을 먼저 핀셋으로 발표하고 이달 중순께 공급 확대 등 다른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여당 관계자는 “7월 국회 처리를 위해서는 이번 주에 세법 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정부는 다주택자와 단기매매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종부세의 경우 3주택 이상에 대해 기본공제(6억원·1세대 1주택자는 9억원)를 3억원으로 낮추는 방안, 과표를 쪼개고 구간을 낮춰 3·4% 최고세율을 내는 다주택자를 늘리는 방안, 최고세율을 상향하는 방안 등을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실거주하지 않는 주택에 대해 더 무거운 세율을 부과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 중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해 12월 16일 고강도 대책을 발표했는데 후속 법안이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아서 부동산 시장에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처럼 ‘징벌적 과세’로 부동산시장 불안을 잠재운다는 당정의 인식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아울러 정부는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붙는 취득세를 다주택자의 경우 집값의 15%까지 내도록 하는 ‘싱가포르 모델’ 도입도 들여다보고 있다. 이 방안은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비공개 회의에서 거론한 뒤 정부도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현재 한국의 취득세율은 취득가액에 따라 1∼4%를 매기고 있다. 취득세의 경우 아직 당정간 교감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여서 여당은 보유세를 먼저 강화한 뒤 취득세를 높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 거론되는 재산세 부담을 강화하는 방안은 대책에서 제외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 과정에서 일부 여당 의원들이 제기했던 1주택 실수요자 종부세 부담 완화 방안도 담기지 않는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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