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명의로 주식을 매수한 후 해당 종목을 추천하는 기업분석보고서(리포트)를 발행한 후 주가 상승 시 차익을 실현한 국내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결국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오상용)는 자본시장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애널리스트 A씨에게 징역 3년,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또한 A씨의 친구이자 같은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는 징역2년(집행유예 3년), 벌금 5억원이 선고됐다.
A씨는 지난 2015~2019년 특정 종목을 미리 지인의 계좌를 통해 매수하고 추천 리포트를 발행해 주가가 오를 때 이 종목을 팔아 차익을 실현했다. A씨는 이런 방식으로 약 39억원에 달하는 부당 이익을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친구인 B씨는 A씨에게 얻은 정보로 주식을 매매하고 정보를 제공한 대가로 금전을 지급하기도 했다. 처음 피고인들은 리포트가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A씨의 리포트 발행 전 선행 매매 행위가 시장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훼손한 것으로 보고 자본시장법 위반에 따른 유죄를 선고했다. 또한 친구인 B씨 역시 부정한 방법임을 알고 범행에 참여한 만큼 실형을 선고했다.
해당 사건은 금융감독원 자본시장담당 부원장 직속으로 설치된 특별사법경찰의 첫 사건으로 주목받았다. 특사경은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를 조사하는 민간 경찰로 통신기록을 조회하거나 압수수색을 하는 등의 강제 수사 권한을 갖는다. 지난 2019년 특사경은 서울 남부지검의 수사 지휘를 받아 해당 사건의 수사를 개시했다. 이후 피의자 4인의 회사, 자택 등 5곳을 압수수색했으며 수사 종결 후 사건을 서울 남부지검으로 송치했다. 사건 초반 시장에서는 특사경의 경험 부족으로 사건 진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으나 압수수색 등 효율적 강제수사를 통해 수사 역량을 입증했다. 특히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리포트를 이용한 사익취득 행위가 부정거래에 해당한다는 사법적 판단을 최초로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금감원 특사경 측은 “1심 판결문 입수 후 법원의 판단 내용을 분석해 향후 수사에 참고하는 한편 조사국 등 관련 부서에 공유할 예정”이라며 “피고인 항소 시에도 검찰의 공소 유지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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