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인터넷·모바일이 삶의 인프라였다면 앞으로는 인공지능(AI)이 일상생활을 바꿀 것입니다. AI를 활용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가는 기업들의 성장 사이클은 국가별로 차이는 있지만 아직 정점에 달하지 않았으므로 주가 고점도 걱정할 때가 아닙니다.”
남동준(사진) 텍톤투자자문 대표는 20일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비대면(언택트)을 비롯한 기술주들의 성장세가 앞으로 5년가량은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통 주식형 펀드매니저인 그는 지난 1990년 LG증권 애널리스트로 출발해 LG투신운용, 삼성자산운용 최고운용책임자(CIO) 등을 거쳐 2014년 투자자문사를 설립했다. 국내 주식 일임·자문상품을 운용해오다가 올해 초부터 KB증권을 통해 중국주식 자문형 랩인 ‘AI이노베이션 차이나’와 ‘AI이노베이션 코리아’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는 미국·일본 주식 AI이노베이션 랩 시리즈를 추가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부터 포트폴리오에 편입했던 소위 ‘언택트’ 주식들이 크게 오르면서 텍톤의 자문·일임상품들도 좋은 수익을 냈다.
그가 AI에 주목하는 것은 앞으로 삶의 변화의 중심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AI, 정보기술(IT), 이노베이션 등은 거창한 개념이 아니라 우리 생활을 실제로 바꿉니다. 예전에는 ‘너희 집, 전기 돼? 인터넷 돼?’ 이렇게 물었는데 앞으로는 ‘너희 집, AI 돼? 스마트홈 돼?’라고 묻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인터넷·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우리의 삶을 바꾼 회사들은 시가총액이 수십, 수백 배가 됐습니다. AI에서도 마찬가지로 돈 벌 기회가 있습니다.”
남 대표가 말하는 AI기업의 범위는 산업 불문이다. 그는 “자동차뿐 아니라 헬스케어나 바이오 산업에서도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웨어러블 기업이 늘고 있다”며 “이렇게 AI를 활용하는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 누가 돈을 벌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고 말했다. 다만 국가별로는 유망한 산업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한국은 IT, 유럽은 헬스케어 및 럭셔리 소비재, 일본은 소재부품 대표기업에만 투자한다”며 “어느 국가의 기업이라도 AI산업 밸류 체인 안에서 강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장기적으로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남 대표가 현재 들고 있는 주식들 역시 이런 산업의 변화와 궤를 함께하는 기업들이다. 그는 “3월에는 주식 비중이 65% 선이었다가 4월에 90% 이상으로 올렸으며 현재는 약 80% 중반 선”이라며 “지난해 10월부터 엔씨소프트·네이버·씨젠 등을 보유한 덕분에 올 들어 운용수익률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가가 너무 빨리 오른 종목에 대해서는 비중을 줄였다가 가격조정을 받으면 다시 사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삼성전자 비중은 한때 포트폴리오의 약 30%에 달했지만 올해 초부터 급격하게 줄여 지금은 10% 미만에 불과하다. 중국 랩의 경우 알리바바·텐센트·하이크비전·샤오미·메이투안·우시앱텍·아이플라이텍 등을 담고 있다.
남 대표는 최근 기술주의 주가 거품 우려에 대해서는 “정작 거품이 껴 있는 곳은 따로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식이 위험해서 못하겠다고 하면서 눈으로 확인하기 힘든 대체투자 사모펀드에는 수억 원씩 투자하는 현상을 이해할 수 없었다”며 “사모펀드가 중심이 된 부동산·메자닌·사모사채·무역금융 등 대체투자, 곱버스나 레버리지 등 상장지수펀드(ETF), 유가상품 등에 과도하게 돈이 몰렸다. 결국 그 거품들이 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증시 역시 평균적으로는 유동성 때문에 경제 체력에 비해 과하게 오른 감이 있지만 개별 기업은 투자 기회가 크다는 게 남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2016년 월마트와 아마존의 시가총액이 처음으로 뒤집힌 후 두 회사의 주가 괴리는 더욱 벌어졌다”며 “요즘 AI·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성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의 성장성이 오는 2025년은 돼야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개인투자자들도 시장의 평균에 투자하는 ETF보다는 종목을 압축해서 투자하는 편이 낫다는 게 남 대표의 조언이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사진=성형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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