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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 폭증에 놀란 '당국' 급한 '국민'..은행은 '긴장'

[발칙한금융]

2분기 가계신용 잔액 1,637조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과열

금융당국 '구두경고'나섰지만

코로나 상황..직접규제도 난감

'일단 받자'마음 급해진 대출자

은행권은 눈치..보수적 심사 예고

“일단 받고 보자” 신용대출을 받겠다는 대출 대기자들의 마음이 급해지고 있다. 가계 신용대출이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며 금융당국이 경계감을 보이면서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신용대출마저 막힐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 금융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은행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제로금리’시대에 빚내기가 어느 때보다 유리해진 상황에서 고객의 대출을 무작정 막을 수도 없다. 금융당국도 급격하게 증가하는 신용대출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여파로 가뜩이나 힘겨운 가계 경제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면 대놓고 대출규제에 나설 수도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가계 신용대출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신용대출 폭증에 당국 경계감..대출대기자는 불안감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4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해당 분기 주택담보대출은 15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가계신용 잔액은 1,637조3,000억원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2년 4·4분기 이래 가장 많았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 일환으로 ‘주담대 옥죄기’에 나선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올해 3월 기준금리를 종전 1.25%에서 0.75%로 하향 조정한 데 이어 5월, 0.25%포인트 추가 인하했다. ‘초초’저금리 기조에 신용대출 금리가 주담대 대출 금리보다 낮은 기현상까지 나타나다 보니 주담대로 자금조달이 어려운 가계에서 신용대출로 몰리는 것은 자연스러웠다. ‘돈의 힘’으로 끌어올린 주식시장에 ‘빚투’현상도 신용대출을 견인했다. 좀처럼 진정세를 찾지 못하는 코로나19로 인해 생활자금 융통을 위한 신용대출까지 더해지다 보니 신용대출 증가는 말 그대로 폭증 상황이다.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고 판단한 금융당국도 즉각 구두 개입에 나섰다. 지난 19일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과도한 신용대출이 주택시장 불안으로 연결되지 않게 현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준수 등 관련 규정을 철저히 지켜달라”며 당국 차원의 철저한 모니터링을 예고했다. 당국의 구두개입에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와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키 등에는 ‘앞으로 신용대출도 받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 ‘마이너스 통장과 신용대출을 미리 받아놔야 한다’ 등의 게시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금융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은행으로서도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눌러야 하는 상황. 같은 날 하나은행은 전체 임직원에게 <정부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강력한 규제로 최근 신용대출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영업점에서는 주택담보대출 관련 규제(LTV DTI DSR 등)를 숙지해 규정 위반, 우회지원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공지를 하고 나섰다.

시중은행 신용대출..보수적 심사 불가피
시중은행 별로 똑같은 공지를 전달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신용대출과 관련해 보수적인 접근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의 자금 사용처에 대한 제출 의무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일반 시중은행이 고객 자금 충당을 위해 내주는 신용대출 조차 부동산 편법 대출로 당국이 규정할 경우 보수적인 대출심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은행권에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가 나온 상황에 몸을 사실 수 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신용대출 관련 규제를 꼼꼼히 준수하라는 수준의 주문이지만, 폭증세가 지속될 경우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고 심사를 강화하라는 등 보다 직접적인 지시가 내려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현행 은행법상 신용대출을 주택구입 용도로 사용하는 건 불법이다. 은행들도 신용대출 심사 때 대출금이 주택구입 등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지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차주들이 자금 용도를 ‘생활자금’과 같이 다르게 신고하거나 시차를 두고 주택구입에 활용할 경우 제재할 방법은 없다. 즉, 일반 은행 입장에서 신용대출의 사용처까지 확인하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 일단 은행권은 당분간 금융당국의 별도 지침이 나올 때까지는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수준에서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은행연합회를 통해 통상적으로 내려오던 지침도 현재까지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은행 자체적으로도 코로나19 대출이 커지면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어 향후 신용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 규제에 나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대출에 직접 규제는 한계가 있지만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을 나타내는 DSR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가계대출 조정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역대 최저 코픽스에도 주담대 상승..DSR등 가계대출 규제 전망
이미 주담대 금리 하락은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일부 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금리를 하향 조정한 은행도 코픽스 하락폭에는 못 미쳤다.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우대금리를 축소한 탓인데 정부의 가계대출 경계감에 주담대 금리까지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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