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현 시점에서 논의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소득 하위 50%, 추석 전 지급 등 대상과 시기까지 구체적으로 언급되던 상황에서 일단 급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24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에 따르면 지난 23일 열린 비공개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현 시점을 방역의 중대 고비로 보면서 경제 피해 대책은 추후 판단하기로 결론 냈다. 지난 12일 수해 복구를 위한 4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이 고위 당정청 회동에서 막힌데 이어 두 번째다.
우선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피해 상황이 가늠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로 풀이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8월말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도 지난 23일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400명대에 육박했지만 아직 정점이 아니라고 본다”며 현재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만약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상향된다면 경제가 올 스톱되기 때문에 이에 병행하는 고용대책 등 대규모 지원책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세금 납부 유예와 전기요금, 건강보험료 등 각종 코로나19 지원책까지 재논의해야 한다. 회의에 참석한 여권 관계자가 “경제 피해 대책은 재난지원금과 고용, 실업 대책 등이 종합적으로 포함된다”고 설명한 이유다. 정치권의 포퓰리즘으로 2차 지원금이 떠올랐지만 지금 시점에서 지원 방안 윤곽을 확정해버리면 한 두 달이 지나 또 다시 5차 추경을 거론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또 하나 허약해진 재정건전성 문제도 크다. 올해 59조원 규모의 세 차례 추경을 거치며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11조5,000억원까지 불어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지난해 38.1%에서 올해 43.5%로 치솟는다. 2차 재난지원금을 주려면 4차 추경예산을 편성해야 해 또 빚을 내는 적자국채를 찍어야 한다. 코로나19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진 상황에서 재정여력에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지원대상과 규모를 정하는 부분도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 핵심 인사들은 또 다시 전 국민에게 현금을 뿌리는 방안은 극도로 부정적으로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줬더니 오히려 가구원 수가 많은 고소득 가구에 더 많은 돈이 돌아갔다. 또 전국 가구(2인 이상)의 명목소득이 월 평균 527만 2,000원으로 4.8% 늘었지만 평균소비성향은 67.7%로 2.5%포인트 떨어졌다. 저축을 하지 소비 진작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재정상황을 고려해 최적의 효과를 내도록 추가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시기적으로도 내년 정부 예산안 발표를 앞두고 있는 만큼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정부부처의 한 관계자는 “9월 초 국회에 예산안을 내고 그때까지 코로나 재확산 상황을 보면서 논의를 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이 경우 코로나19 피해가 장기화된다고 보여지면 내년 예산안에도 관련 분야 예산을 추가로 증액할 수 있다.
그럼에도 2차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시기의 문제일 뿐 다음달에는 본격적으로 검토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21일 2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이를 위한 4차 추경 편성 검토를 공식화했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긴급대책회의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지난 (1차) 확산 때보다 상황이 위급하다”며 “코로나지원금과 추경 등 예산 지원 문제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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