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다음달 22일(현지시간) 열리는 ‘배터리 데이’에서 ‘나노와이어 배터리’ 신기술을 선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2020년 연례 주주총회 및 배터리 데이’ 안내 홈페이지를 개편했다. 이 안내 홈페이지 배경으로 쓰인 검은색 이미지와 관련해 한 해외 전문매체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미래 회사 발표와 관련한 영리한 단서를 숨겨 우리가 상상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이 이미지가 ‘나노와이어’ 구조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테슬라가 배터리 데이에서 자체 배터리를 공개한다면 여기에 나노와이어 기술이 적용됐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배터리 데이에서 배터리 내재화 계획인 ‘로드러너 프로젝트’의 세부 내용을 소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테슬라는 이미 배터리 셀 제조업체 ‘맥스웰 테크놀로지스’와 배터리 장비업체 ‘하이바 시스템즈’를 인수해 자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기 때문이다.
나노와이어는 금속을 비롯한 다양한 물질을 단면의 지름이 1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인 극미세선으로 만드는 기술이다. 배터리에서는 양극 또는 음극 재료를 나노와이어 형태로 구성할 수 있다. 전문매체는 머스크 CEO가 2·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니켈 기업에 파트너십을 요청했다는 점을 들어 테슬라가 양극재에 니켈 나노와이어를 활용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배터리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나노와이어를 활용할 경우 음극재에 적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더 많다. 그동안 배터리 제조사들은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해 양극재 개발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양극재의 니켈 비중을 높여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것이 어느 정도 한계에 이르자 최근에는 음극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기존 흑연 기반 음극재 대신 실리콘 기반 음극재가 떠오르고 있다. 음극재에 흑연 대신 실리콘을 활용하면 배터리 용량을 늘리면서 충전 속도 또한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다만 음극재에 실리콘 비중이 높아지면 부풀거나 터질 가능성도 커진다. 이 때문에 현재 배터리 제조사들은 흑연 90~95%에 실리콘 5~10%를 혼합한 음극재를 활용 중이다.
테슬라는 나노와이어 기술을 활용해 실리콘 음극재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있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전극 구조는 2D 형태지만 나노와이어 배터리는 3D 형태다. 부피가 팽창해도 충격을 흡수하는 구조로 설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활물질과 집전체 등을 겹겹이 쌓는 대신 구조를 단순화해 에너지 용량과 충전 속도를 높일 수 있다.
LG화학(051910)과 삼성SDI(006400), SK이노베이션(096770) 역시 배터리 소재 업체들과 협력해 실리콘 음극재를 개발 중이다. 하이투자증권은 글로벌 실리콘 음극재 시장 규모가 올해 133억원에서 2025년 약 5조5,000억원 수준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실리콘 음극재의 비중이 점차 높아질 것에 대비해 흑연 음극재를 생산하는 업체들도 실리콘 음극재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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