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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도 벅찬데 규제 리스크까지…기업 "버틸 재간이 없다"

'공정경제 3법' 국무회의 의결…국회통과 전망

경총 "재계 의견 반영 안돼" 경영 위축 불가피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영상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업계의 강력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공정경제 3법 제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재계는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 규제 리스크까지 더해지면 글로벌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25일 국무회의를 열어 △상법 개정안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 △금융그룹 감독에 관한 법률 제정안 등 ‘공정경제 3법’을 통과시켰다. 이들 법안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지만 여당이 다수를 장악한 21대 국회에서는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재계는 즉각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입법예고 기간에 제출된 경제계의 공동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통과돼 매우 안타깝다”며 “미증유의 감염병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어려운 상황에서 규제 강화는 기업의 투자 의욕을 더욱 위축시키고 경기회복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계가 가장 우려하는 법안은 상법 개정안이다. 다중대표소송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임, 감사 선임 시 주주총회 결의요건 완화 등이 담겼다. 이중 다중대표소송은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의 손해 발생 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6개 주요 경제단체는 이에 대해 지난달 “투기자본 등에 의한 소송 남용 가능성이 있어 경영 안정성 및 합리성이 도모될 수 있는 제도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결국 외면당했다.



정세균(가운데) 국무총리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홍남기(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 강화,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등이 포함됐다. 재계는 이들 법안으로 국내 16개 그룹사가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30조원이 넘는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공정위뿐 아니라 검찰도 고발권을 갖게 되면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금융그룹감독법은 대표회사를 중심으로 내부통제협의회를 만들고 그룹의 주요 위험요인을 공시하도록 했다. 교보·미래에셋·삼성·한화·현대자동차·DB 등 6개 금융그룹이 대상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비금융회사까지 규제할 수 있게 돼 기업들의 경영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내 기업들의 경영이 안갯속에 휩싸인 가운데 다중대표소송제 및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등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의 상법 개정안마저 국무회의에서 통과돼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계 및 학계에서는 정부의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주주 권리가 침해될 뿐만 아니라 투기자본 등에 의한 경영권 위협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고 신사업 투자를 포함한 이사회의 경영 활동 전반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상법 개정안은 대통령 재가 후 이달 중 국회 제출 예정이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76석의 의석수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국회에서도 원안대로 통과돼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 기업들로서는 시름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사업 진출 막히고 소송리스크 급증할 듯"
재계에 따르면 이번 상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도입될 주요 제도는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3% 이내로 제한하는 ‘3%룰’ 확대 적용으로 꼽힌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자회사의 이사가 자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일정 비율 이상 지분을 보유한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해당 지분율 요건은 비상장기업은 총 발행 주식 수의 1%, 상장기업은 0.01% 및 6개월 이상 보유다. 이에 대해 이익을 내지 못하는 자회사가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신사업 진출이 자회사를 통해 이뤄지며 상당 기간 자회사는 이익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자회사를 통한 신사업 진출에 대한 소송 리스크가 높아져 신사업 진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사업 진출뿐만 아니라 전체 상장사의 소송 리스크가 4배 가까이 급증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4월1일 기준 50% 초과 지분율로 자회사를 소유한 국내 상장사는 1,114개이며 자회사 수는 3,250개로 조사됐다. 자회사 3,250개사가 소송 대상에 포함되면서 소송 대상 기업 수는 1,114개에서 자회사 수 3,250개를 더한 4,364개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국내 상장사의 소송 리스크는 3.9배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또한 모회사 주주에 의한 대표소송 제기는 자회사 주주권 침해 및 자회사와 모회사 간 독립성을 인정하는 현행 법체계에 어긋난다는 의견도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는 감사위원 독립성 확보를 위해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이 되는 1인 이상의 이사를 선출 단계에서부터 다른 이사들과 분리 선임하도록 하는 제도다. 재계에서는 외국계 투기자본이 지분 쪼개기를 통해 3%룰을 무력화하고 감사위원 분리선임 제도를 적극 활용해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최근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발의를 통해 추진 중인 ‘노동이사제’와 유사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 분리선출제가 도입되면 경영 성과 창출을 위해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할 기업 이사회의 구성·논의 등 운영 전반에 장애가 예상된다”며 “노동이사제 역시 공공기관에 도입되면 향후 민간기업으로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대주주 의결권 제약 강화 방향
3%룰 확대 적용은 대주주 의결권에 대한 제약을 더욱 강화하는 규제로 평가된다. 기존에는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임에 대해 최대주주 의결권이 개별 3%까지 인정됐으나 이번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감사 및 사외이사가 아닌 감사위원 선임과 동일하게 특수관계인 지분과 합쳐 3% 이내로 의결권이 제한된다. 국내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미 현행 상법상 개인별 3% 초과 지분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다른 주주에 비해 최대주주의 재산권 행사가 규제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3%룰의 획일적 적용으로 최대주주와 일반주주 간 의결권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는 한진칼 경영권 분쟁사례에서 조원태 회장에게는 ‘3%룰’이 적용됐으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반도건설의 ‘3자 연합’에는 3% 의결권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경영권 방어에 불리한 상황이 초래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소수 주주권 행사 요건을 완화하는 것도 기업들로서는 경영권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이번 상법 개정안은 굉장히 어리석은 법안이며 국민들에게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6개월 이상 주식 보유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이사·감사해임 청구가 가능하게 돼 코스닥 상장사뿐만 아니라 대기업까지도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 대상이 되기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양철민·박경훈·변수연기자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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