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나스닥’을 표방한 ‘항셍 기술(Tech)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처음으로 출시됐다. 알리바바·텐센트 등 중국의 주요 ‘빅테크’ 기업들로 포트폴리오가 꾸려진 이 ETF는 상장 첫날 홍콩에서 기록적인 거래량을 보인 가운데 홍콩 ETF를 큰 비중으로 매수해오던 국내 직구족들 사이에서도 관심을 불러모을지 주목된다.
1일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CSOP HS TECH’ ETF가 홍콩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중국남방자산운용(CSOP)이 선보인 이 ETF는 ‘항셍 테크지수’를 추종하는 첫 ETF다. 항셍 테크 지수는 올해 7월 첫 등장했다. 홍콩 대표 지수인 항셍지수(HSI)·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는 금융 등의 비중이 높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투자 수요를 충족하기에 다소 매력이 떨어져 새로 출범했다. 특히 미중 갈등을 계기로 미국을 벗어나 귀국길에 오르는 중국 기업들이 늘어나는 것도 지수 출범의 주된 배경이다. 즉 이를 토대로 중국 기술기업의 자본조달 경로로 자리 잡겠다는 전략이다. 그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관련 동향에 관심을 두고 있던 이유다.
항셍 테크 지수는 알리바바·텐센트를 비롯해 ‘중국판 배달의 민족’으로 불리는 ‘메이투안디엔핑’ 등 30개 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세계 최대 기업공개(IPO)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되는 앤트그룹도 홍콩 상장을 마치면 이 지수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번 ETF는 현재 시가총액 1위의 알리바바(8.71%)보다 메이투안디엔핑(9.77%)과 샤오미(9.09%)의 보유 비중이 더 높다. 항셍 테크 지수의 상승률은 가파르다. 홍콩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항셍지수가 10% 하락한 올해 초 이후 항셍 테크 지수는 약 60.0%(소급 적용) 상승했다.
현지에서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큰 분위기다. 외신을 종합하면 상장 첫날 이 ETF의 거래대금은 30억홍콩달러(한화 4,600억원)를 나타냈다. 홍콩 최대 ETF ‘트래커 펀드’가 세운 종전 기록 28억6,000만홍콩달러를 넘어선 수준이다. 이에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ETF 출시가 줄을 이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해외 주식 직구족들이 매수세를 보일지 또한 관전 포인트다. 중국 주식 직구족들은 대형 IT 기업과 신경제 테마의 홍콩 ETF를 주로 사들였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항셍 테크 지수를 구성하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사업 모델과 실적이 안정적”이라며 “중국 기업의 홍콩 상장이 줄을 이을 경우 지수 투자에 대한 매력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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