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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탈한 카카오게임즈 청약자들…따상해도 '치킨값'[이혜진의 전지적 개미시점]

'영끌'했으나 청약금 1억에 고작 5주 손에 쥐어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신청을 위해 투자자들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점을 찾았다. /연합뉴스






“오후 넘어서는 아예 청약을 포기하신 분들이 많아서 그나마 경쟁률이 1,500대 1선에서 멈췄습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을 것 같네요. 1억을 넣어도 정말 ‘치킨 값’밖에 못 벌 수도 있겠습니다. ”

주식 공모 사상 최대 금액인 58조원의 자금이 몰린 카카오게임즈 청약에 58조원이 몰린 2일, 공모 주관 증권사 담당자는 이렇게 말했다.

평생 아파트 청약만 했지 주식청약에 첫 도전한 송 모씨도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증권사 계좌를 트고 마이너스 통장을 최대한 당겨서 1억원의 자금을 넣었으나 고작 5주 밖에 받지 못했다”며 “2만원이 넘는 은행이자를 생각하면 별로 남는 게 없을 듯하다”고 말했다. 청약경쟁률이 1,524.81대1에 달해 청약증거금 1,830만원 당 1주를 받는다. 5,500만원을 넣어야 3주, 7만2,000원 어치 주식을 손에 쥔다.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SK바이오팜 공모주 투자 대박에 자극받아 마이너스통장, 예금 담보 대출, ‘엄마·아빠 뱅크’ 대출 등 온갖 자금을 ‘영끌’하며 뛰어든 카카오게임즈 공모에서 과연 실제 낼 수 있는 수익률은 얼마나 될까.

마통에 '엄마대출'까지 영끌했지만 수익 쥐꼬리
증권가에서는 상장 초기 주가가 물론 급등하겠지만 ‘제 2의 SK바이팜 신화’를 쓸 정도는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공모가가 4만9,000원이었던 SK바이오팜은 첫날 시초가의 상한가(100%)로 개장한 후 다시 일일 상한가(30%)로 직행하는 ‘따상’(더블 상한가)을 기록하며 12만 7,000원에 장을 마쳤다. 이후에도 이틀 동안 상한가를 기록하며 ‘따상상상’의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4일째 되던 날 급등락하며 21만 6,000원에 마감했고 그 이후 주가가 하향 횡보하면서 현재는 18만원대다. 지금도 여전히 공모가 대비 3배 이상 높다.

증권가에서 카카오게임즈가 SK바이오팜을 다르게 보는 첫 번째 이유는 업종의 차이다. SK바이오팜은 실적이 아직은 적자인 신약개발 회사라는 점에서 밸류에이션 자체가 어려워 공모가격이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셀트리온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된 면이 있었다. 이에 반해 바이오 신약 개발사라는 장래 ‘꿈의 크기’는 더 컸다. 반면 카카오게임즈는 이익의 가시성이 좀더 명확하다. 현재 이익이 나고 있는 사업분야들이 있고 향후 게임 신작 라인업도 정해져 있다. 공모주관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게임즈는 바이오기업과 달리 주가수익배율(PER) 밸류에이션이 명확하게 나올 수 있다”며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오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숫자에 근거에 내놓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주가 전망은 박할 수 밖에 없다. 카카오게임즈에 대해 제시된 ‘적정주가’는 2만8,000원~3만3,000원선이다. 메리츠증권은 내년에 카카오게임즈가 벌어들일 순이익까지 미리 당겨와 계산한 적정 기업가치가 3조2,000억원이라고 추산해 3만2,000원의 목표가를 내놨다. 대신증권도 내년도 순이익에 주가수익비율(PER) 20배를 적용해 3만3,000원을 적정주가로 제시했다. 이 같은 PER은 리니지2M과 같은 게임을 직접 개발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6%에 달하는 엔씨소프트의 23배보다는 다소 낮게 봤다.

"SK바이오팜과 달라...상장 초기 잘 해야 '따상'"
물론 이같이 냉정한 적정가격보다 실제 주가는 훨씬 높게 형성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또 상장초기의 오버슈팅(일시적인 주가 과열) 가능성도 매우 높다. 상장 첫날(10일) 적어도 4~5만원, 분위기에 따라 ‘따상’도 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 경우 공모가 대비 160%의 상승률이므로 주당 6만 2,400원이다. 1억원을 청약해 5주를 받았다면 19만 2,000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투자금 1억원을 고려하면 2%도 안 되는 쥐꼬리 수익률이다. 그러나 그 이상의 주가 상승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위기다. 한 공모주 전문 운용사 임원 A씨는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약 1조7,600억원인데 ‘따상’을 하면 기업가치가 4조5,000억원을 넘는다”며 “카카오게임즈가 좋은 회사인 것은 맞지만 아직 이 정도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의 차이는 기관투자가들의 분위기는 의무보유확약비율(록업)에서도 나타난다. SK바이오팜의 경우 기관투자가들이 물량의 82%에 대해 록업을 걸었지만 카카오게임즈에 대해서는 58%로 크게 낮다. 한 대형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SK바이오팜은 이미 3상을 통과한 신약을 확보하고 있는 회사인 반면 아직 자체 개발 게임 비중이 낮은 카카오게임즈가 같을 수 없다”며 “만약 당일 160%씩 오른다면 팔고 나오는 기관투자가들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잘나가는 BBIG 업종...성장성 매력 무시못해




그러나 카카오게임즈의 성장성 높은 언택트 주식이라는 점에서 무시 못 할 투자 매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중장기 투자 가치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해 매출액 전망은 지난해(3,910억원) 대비 44% 성장한 5,635억원, 내년은 올해보다 약 50% 뛴 8,373억원이다. 요즘 같은 저성장 시대에 ‘폭풍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희소한 회사다.

특히 올해 11월 출시 예정인 신작 게임 엘리온의 흥행에 대한 기대감은 주가가 쉽게 가라앉기 어려운 이유다. 이 게임은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크래프톤이 5 년을 투자해 개발한 논타게팅 MMORPG다. 또 2021년까지 10개 이상의 다양한 장르의 출시 스케쥴이 잡혀 있어 주가 상승 호재는 충분하다. 또 현재는 수익률이 낮은 게임 퍼블리싱(마케팅·유통) 위주이지만 최근 인수 합병 등을 통해 게임지적재산권(IP) 확보를 활발히 진행하며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있다. 특히 이번 공모대금을 게임 소싱 및 개발 M&A등에 투자할 예정인 점도 성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한 자문사 대표는 “공모가격이 워낙 낮게 책정된데다 카카오라는 플랫폼을 가진 게임회사라는 점에서 주가가 급등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이혜진의 전지적 개미시점』은 개인투자자들의 관심 높은 재테크, 자본시장 등의 이슈를 소상하게 풀어 드리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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