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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실패한 단통법, 언제까지 고집할건가

김성태 바이오IT부





“‘갤럭시노트20’ 어디에서 싸게 살 수 있니?”

친구의 질문에 기자는 당황스러웠다. 정보기술(IT)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속 시원한 답을 기대했겠지만 딱히 답을 할 수 없었다. 소위 ‘성지’라 불리는 곳을 알아봐도 추가 지원금의 규모는 기대 이하였고, 그마저도 8만원이 넘는 고가요금제를 6개월간 사용하는 조건이었다. 지난 7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위반으로 과징금 512억원을 부과받은 이동통신사들이 몸을 사린 탓이다.

2014년 시행된 단통법으로 공시지원금의 15%가 넘는 추가 지원금은 ‘불법’이 됐다. 덕분에 국민 대다수는 휴대폰을 비싸게 구매하는 ‘호갱(어수룩해 이용하기 좋은 손님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 됐다는 말도 심심찮게 들린다. 그나마 추가 지원금이 많이 얹힌 휴대폰 판매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떴다방’처럼 음지화됐다. 온라인에 잠시 노출됐다 사라지는 각종 휴대폰 판매정보에 빠삭한 소수의 소비자들만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부당한 이용자 차별을 금지하겠다”며 도입한 법은 ‘불법지원금’이라는 용어만 남긴 채 현실에서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고 있다.



단통법은 취지대로 이통사의 고가 요금제 가입 유도를 막아 소비자를 보호했을까. 결과는 “노(NO)”다. 갤럭시노트20 사전예약 당시 요금제에 따라 공시지원금은 최저 8만원대에서 최대 24만원 수준으로 차이가 컸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7월 이통사가 고가 요금제 유치를 강요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단통법 도입 취지가 실패로 드러난 것이다. 반면 이통사들은 단통법 효과 중 하나로 ‘시장 전체 과열 해소’를 꼽는다. 마케팅 비용 출혈경쟁이 완화됐다는 것이다. 단통법 시행으로 누구의 살림살이가 나아졌는지 분명한 대목이다. 이통사들은 마케팅에서 아낀 비용을 5세대(5G) 이동통신 구축에 투자한다지만 5G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원성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올해 안에 새로 손질한 단통법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 휴대폰을 싸게 살 수 있는 추가 보조금에 국가가 ‘불법’ 딱지를 붙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경쟁 촉진과 같은 일반적 목표의 정책은 필요하지만, 경쟁의 방식을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은 과도한 자신감”이라는 권남훈 건국대 교수의 말을 정부와 국회가 명심할 필요가 있다.
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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