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윈터스(사진)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 회장이 국내 인터넷뱅크 선두업체 카카오뱅크를 만나 인터넷전문은행의 운영 노하우를 배운다. 은행 설립 150년이 넘고 자산규모도 수백배 앞선 SC그룹이지만 디지털금융의 경험은 카카오뱅크가 선배격이기 때문이다. 홍콩에 이어 싱가포르에서 두번째 인터넷은행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SC그룹이 카카오뱅크의 어떤 점들을 벤치마킹할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윈터스 회장이 오는 17일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와 만난다. 양측의 이번 만남은 SC그룹의 제안으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와 전통에서 앞선 SC그룹이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1위 업체인 카카오뱅크에 먼저 손을 내민 만큼, 인터넷금융 분야의 노하우를 얻기 위한 만남으로 풀이된다. 윤 대표는 카카오뱅크의 설계부터 탄생, 현재까지 운영 등 모든 작업을 이끌어온 만큼 인터넷은행의 경영 비법을 윈터스 회장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C그룹은 지난 1853년 출범한 차타드은행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이미 150년 넘는 역사를 지닌 글로벌 금융그룹이다. 2005년 제일은행을 인수한 것과 비교해도 2017년 출범해 이제 3년이 지난 카카오뱅크와의 국내 업력 차이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인터넷은행의 경험만큼은 카카오뱅크가 앞선다는 평가다. 카카오뱅크는 국내에서 시중은행을 모두 제치고 2019년 5월부터 월간활성사용자수(MAU)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453억원을 달성했다.
SC그룹은 홍콩과 대만·싱가포르 등에서 이제 막 인터넷은행의 첫걸음을 뗀 상태다. 홍콩에서는 올해 초 65.1%의 지분을 투자해 디지털은행 ‘목스’를 설립했다. 목스는 아시아 최초로 식별번호가 필요 없는 올인원 은행 카드를 선보여 화제를 모으고 있다. 대만에서는 라인의 자회사 라인파이낸셜이 최대 주주로 참여한 라인뱅크에 5% 지분 투자를 했다. 라인뱅크는 현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SC그룹은 SC제일은행이 내년 출범 예정인 국내 3호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가칭)에 대해 6.6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C그룹은 홍콩에 이어 싱가포르에 두번째 인터넷은행 설립도 계획하고 있다. 현지 최대 유통그룹인 NTUC와 손잡고 싱가포르 금융당국으로부터 인가를 받기 위한 준비 작업에 나선 상황이다.
윈터스 회장이 13일 자가격리를 마치고 우선 내부 직원들과 소통에 나서는 만큼 윤호영 대표와의 만남은 사실상 첫 외부 공식 일정이다. 지분을 투자한 토스뱅크의 이승건 대표(18일)나 금융당국 수장인 은성수 금융위원장(22일)보다 먼저 챙기는 것만으로도 카카오뱅크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하게 한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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