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003490)이 자회사를 통해 보유한 로스앤젤레스(LA) 윌셔그랜드호텔의 차입금 일부를 상환할 수 있는 돈을 조달하면서 유동성에 숨통이 트였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지난주 여신승인위원회를 열어 대한항공에 3억달러(약 3,550억원)의 해외투자 자금을 2년 만기로 대출해주는 안을 승인했다.
대한항공은 이 대출금을 LA 소재 윌셔그랜드호텔 운영 자회사인 한진인터내셔널(HIC)의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HIC가 상환해야 하는 자금은 총 9억달러(약 1조650억원)로 3억달러는 이달 말 만기가 도래한다. 나머지 6억달러의 만기는 다음달 18일 예정돼 있다. 당장 이달 말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다시 자금을 조달하는 리파이낸싱에 일단 성공한 것이다.
항공업계에서는 한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윌셔그랜드호텔의 매각설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대한항공은 향후 호텔과 쇼핑몰 성장성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각 대신 리파이낸싱을 선택했다. 특히 대한항공은 자금융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규모 우발부채 위험이 발생,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신속한 자금조달이 가능한 리파이낸싱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HIC는 대한항공의 100% 자회사로 미국 윌셔그랜드호텔을 소유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1989년 이 호텔을 인수한 뒤 2009년부터 8년간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를 투입해 호텔·오피스·상업시설로 이뤄진 복합건물로 재건축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도 대한항공은 화물사업 주력 등으로 영업실적의 불확실성을 일부 해소했다”며 “기관투자가들은 이 점을 높이 사 대출에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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