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지난 8월 만기 된 2년짜리 정기예금 3,000만원을 찾아 주식에 투자했다. A씨는 “어차피 은행에 둬봐야 이자가 1%도 안 된다”며 “큰 욕심은 없고 연 5~10% 수익만 나도 좋겠다”고 말했다.
‘쥐꼬리 이자’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은행 예·적금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이 돈은 주식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고객 이탈을 막을 유인책이 없는 은행권의 고심이 커졌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말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736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4% 감소했다. 정기예금이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16년 1월(-0.34%) 이후 4년 6개월 만이다.
정기예금은 2016년 570조원대에서 꾸준히 증가하다 올해 3월 755조원을 정점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3월 이후 4개월 만에 20조원가량 급감했다. 안정적인 이율을 챙기던 정기예금의 이자가 1%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다른 투자처로 발길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요구불예금이 늘어난 것도 같은 이유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요구불예금은 올해 1월 말 257조원에서 7월 말 현재 307조원으로 50조원 급증했다. 언제든 뺄 수 있는 대기자금으로 돈을 이동시킨 것이다.
특히 초저금리에 실망한 투자자들은 증시로 자금을 대거 옮긴 것으로 보인다. 고객예탁금은 연초 30조원에서 이달 14일 기준 56조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카카오게임즈(293490) 청약을 앞둔 지난달 31일에는 처음으로 예탁금이 60조원을 넘어섰고, 이후 증거금이 환불된 4일에는 63조원까지 찍었다. 다음달 빅히트 공모주 청약을 기대하는 수요 탓에 여전히 50조원을 넘는 돈이 증시에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상승세가 둔화됐지만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잔액도 연일 최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연초 9조원대에서 14일 현재 17조원을 훌쩍 넘었다. 은행에서 빌리거나 예금을 깬 것도 모자라 증권사에서도 빚을 내 주식에 몰두하는 양상이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권에서는 파격적인 고금리 상품을 내놓으며 고객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번만 해도 웰컴저축은행이 최대 연 6%, 케이뱅크는 우리카드와 제휴한 연 10%대 적금 상품을 내놓았다. KB저축은행은 최대 연 2.0%짜리 정기예금을 출시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우대금리로 줄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다”면서도 “개인 고객의 이탈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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