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요청을 받아 화제가 된 EBS의 인기캐릭터 ‘펭수’가 이번에는 내 방 장롱 위로 소환 돼 춤을 춘다. LG유플러스(032640)의 가상현실(AR) 안경 ‘U+리얼글래스’로 가능해진 일이다. 지난달 21일 출시된 U+리얼글래스는 ‘나에게만 보이는 빔 프로젝터’ 개념으로, 안경 형태의 기기를 착용하면 눈앞의 현실과 스마트폰 앱이 겹쳐 보인다. VR과 달리 렌즈가 투명해 이용 중에도 현실을 볼 수 있다. 또한, 이용자를 둘러싼 공간을 360도로 보며 콘텐츠 화면 배치 및 크기를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다. 국내 최초 소비자용으로 출시된 AR글라스인 U+리얼글래스를 체험해봤다.
최대 100인치의 화면을 풀HD(FHD) 화질로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유용했다. 대형 TV를 놓을 만한 여유가 없는 방에 사는 기자에게는 특별한 기능이었다. 안경을 끼고 천장이나 벽을 비추면 극장처럼 커다란 화면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태양의 서커스’ 같은 공연 콘텐츠를 볼 때 압도되는 느낌마저 들었다. 누워서 휴대폰을 얼굴 위로 떨어뜨리는 걱정 없이 인터넷 서핑이나 카카오톡을 할 수 있어서 편안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더욱 활용도가 높은 기기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3개 애플리케이션을 동시에 실행해서 볼 수 있는 멀티태스킹 기능도 인상적이다. 유튜브와 메신저, 포털사이트 서핑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의사파업에 대한 영상콘텐츠를 유튜브로 보면서 더 알고 싶은 정보를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며 카카오톡으로 대화까지 나눌 수 있다.
유튜브·U+모바일티비·아프리카티비 등 영상앱부터 카카오톡·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앱까지 다양한 앱을 지원하기 때문에 이용자의 상상력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무게가 88g으로 착용할 때 불편함은 없다. 얼굴을 누르던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보다 훨씬 편하지만 기기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발열이 발생했다. 출시제품은 시제품보다 안경다리 부분에서 발생하는 열이 줄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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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 유선으로 연결해서 사용하기에 아직 어려운 점이 많았다. 스마트폰을 키패드처럼 사용하며 앱을 조작해야 되는 과정이 번거로웠다. 타이핑을 할 때는 스마트폰에 뜬 키보드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메신저 등을 사용하기에 불편했다. 실제로 레이싱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를 할 때 스마트폰으로 제대로 조종할 수 없어서 벽에 꽂히는 카트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앱 조작을 스마트폰이 아닌 손짓 인식으로 하는 서비스가 내년 상반기에 출시될 예정으로 이러한 어려움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집 밖에서 사용할 때도 장애가 있었다. 호불호가 갈릴법한 글라스 디자인과 소리가 기기에서 나오는 점 때문에 밖에서 착용하기까지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다. 여기에 휴대폰 배터리가 방전될 우려도 야외에서 사용을 방해했다. 실제로 글라스를 2시간 가량 사용하면 휴대폰 배터리가 100%에서 30%까지 떨어진다.
U+리얼글래스는 시작점이라는 자체만으로 주목할만하다. 업계에서는 모바일 경험이 스마트폰에서 AR글라스로 옮겨갈 것으로 예측한다. 애플도 1~2년 뒤에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U+리얼글래스는 얼리어답터의 입소문을 타고 초도 물량 1,000대가 약 한 달 만에 소진되며 이러한 전망에 힘을 보탰다.
앞으로 U+리얼글래스가 넓힐 AR생태계가 기대된다. 미국 기업 ‘스페이셜’과 함께 개발한 가상회의 시스템도 올해 말에 출시된다. 영화 ‘킹스맨’의 한 장면처럼 다른 공간에 흩어진 사람들의 아바타를 가상공간에 모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 베타테스트 중이다. 정혜윤 LG유플러스 마케팅전략담당(상무)은 “일상 속에서 U+리얼글래스가 다채롭게 쓰일 수 있도록 꾸준히 서비스를 개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성태기자 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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