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0일 만료되는 한국과 중국 간 통화스와프 계약이 560억달러(약 64조원·3,600억위안) 규모로 3년 연장된다.
28일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한중 통화스와프를 같은 규모로 3년 연장하는 방안을 두고 중국과 마무리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현재 (한은과 중국 인민은행 간) 논의가 잘 진행되고 있어 다음달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부와 한은 모두 규모를 추가 확대할 필요성은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 관계자는 “중국 입장에서는 홍콩을 제외하고 우리나라가 가장 큰 규모인데 특정 국가만 한도를 늘리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통화스와프란 외환위기 등 비상시에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이다.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은 우리나라가 맺고 있는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외화 안전판으로 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중국 외에도 미국(600억달러)·캐나다(사전한도 없음)·스위스(106억달러 상당)·호주(81억달러 상당) 등 8개국과 총 1,932억달러 상당(사전한도가 설정되지 않은 캐나다 제외)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있다. 여기에는 ASEAN+3 국가(13개국)들과의 치앙마이이니셔티브다자화(CMIM) 384억달러도 포함돼 있다.
중국과의 통화스와프는 구체적인 금액은 공표하지 않지만 무역결제 지원자금으로 활용된다. 양국 수출기업들은 원화와 위안화를 무역결제에 활용하면서 외환 리스크 및 거래비용을 줄이는 혜택을 받는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본적으로 무역결제 기능이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으며 외환시장에도 나쁘지 않은 시그널로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중 간 통화스와프 협력이 유지되는 것이 양국 간 서로 윈윈(win-win)”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중국과의 정치적인 관계가 원만한 점도 무난하게 연장을 이어간 배경으로 꼽힌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오는 10월 중순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안정되는 대로 방한이 예정돼 있다. 지난 2017년에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양국 간 갈등으로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다.
다만 한중 통화스와프가 연장돼 외화 유동성 공급 효과는 유효하더라도 국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연장 기대가 이미 환율에 반영된 상태로 보고 있다. 3월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이 전격 발표돼 시장 충격을 일시적으로 완화시켰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뜻이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중국 경제회복 등에 따른 위안화 강세에 원화가 동조현상을 보이면서 1,150원까지 하락세를 보이다 이날은 1,173원60전에 마감했다.
한편 기재부와 한은은 이날 ‘경쟁입찰방식 환매조건부 외화채권 매입을 통한 외화 유동성 공급 제도’ 시행을 위한 관련 규정과 절차 개정, 시스템 구축 등 사전준비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외국환평형기금과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국내 금융회사가 보유한 외화채권(미 국채)을 환매조건부로 매입하는 방식으로 미국 달러화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국내 외화자금시장 수급상황 등을 감안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적기에 가동할 예정”이라며 “은행의 외화자금 중개기능 저하 시 자금 수급불안이 외환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지원기자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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