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닷새 만에 반등했지만 여전히 박스권에 갇힌 모습이다. 미국 대선을 2주 가량 앞두고 지지율 격차가 다시 축소되면서 주식시장의 경계 심리가 작동하고 있다. 국내 증시의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한 개인 투자자가 최근 관망세로 돌아서 올해 수익을 확정 지으면서 숨고르기 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코스피, 닷새 만에 반등... 2350대 |
美 대선 지지율 격차 축소...22일 TV 토론회 주목 |
이날 코스피는 강세 흐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번주 투자자를 보수적 스탠스로 유도할 만한 민감 변수가 있다. 오는 22(현지시각)일 미국의 2차 TV 대선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다. 1차 토론회와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판정 이후 대선이 구도가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 쪽에 기울며 투자자는 친환경 업종 등 ‘블루 웨이브’ 베팅에 나섰다.
하지만 미국 대선을 보름가량 앞두고 ‘헌터 게이트’가 부상하며 다시 혼조세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선거분석 웹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이달 4~17일 여론조사에서 전국 단위로 평균 51.3%의 지지율을 얻어 트럼프 대통령(42.4%)을 8.9%포인트 앞섰다. 지난 11일 10.3%포인트까지 벌어진 격차가 축소된 것이다. 바이든의 차남 헌터 바이든이 연루된 스캔들 의혹 확산이 지지율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풀이된다. 헌터의 노트북에서 바이든 후보가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 부리스마 경영진의 청탁을 받았다는 것을 시사하는 자료가 나왔다.
트럼프는 바이든 일가의 의혹을 연일 띄우며 막판 뒤집기에 총력 중이며 토론회에서도 쟁점으로 키울 것으로 보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TV토론을 앞두고 ‘헌터 게이트’가 수면 위로 부상할 조짐”이라며 “트럼프의 반격 시 증시 안정성은 크게 악화될 수 있어 당분간 코스 변동성 확대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 승부를 좌우할 경합주 6곳의 표심이 요동친다는 점도는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한편 18일(현지시각)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몇 달째 지지부진한 추가 부양책 협상과 관련해 백악관에 48시간이라는 협상 시한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美 대형 테크 업종 실적 발표...견고한 실적 전망 부합할까 |
미국 대형주의 실적 발표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특히 시장은 기술주로 상징성을 지닌 테슬라(현지시각, 21일)와 넷플릭스(20일)의 성적표를 주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이 안정적 실적을 보여줄 경우 기술주에 대한 불안 심리가 완화되며 반발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다만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실적 상향이 지속되고 있어 서프라이즈 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넷플릭스와 테슬라의 3·4분기 매출액은 최근 4주간 각각 0.25%, 1.08% 상향 조정됐고, 주당순이익(EPS)은 작년 동기 대비 각각 52.3%, 43.1%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민 신영증권 연구원은 “시장 눈높이 상향과 동시에 주가가 상승한 만큼 주가에 큰 영향력은 부재할 수 있다”면서도 “시장 주도주인 만큼 실적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개인 매수 여력 약화... 조정 예상보다 길어질 수도 |
최근 조정은 일시적인 속도 조절에 가깝지만 증시를 뒷받침하는 개인의 매수 여력이 후퇴하며 숨 고르기 장세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원화 가치 강세와 금리의 추가 조정 여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외국인의 매도 행렬은 누그러들 것으로 보이지만 개인을 중심으로 대주주 3억원 요건 발 연말 수급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 43조원 가량을 순매수한 개인은 올해 1월 이후 처음으로 이달 순매도(이달 초부터 15일까지 3,055억원) 중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도 압력은 정점을 지나고 있지만 난제는 개인의 매수여력 약화됐다는 점”이라며 “조정 국면이 좀 더 길어질 수 있어 외국인 수급 개선이 확인되는 전기전자·음식료·화학업종에 관심 갖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승배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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