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사진)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전세난에 대해 “송구하다”며 사과한 지 불과 사흘 만에 정부가 “전세난은 금리 탓”이라며 돌변하고 나섰다. 정책에 문제가 없고,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 탓에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다는 ‘남 탓’ 주장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19일 오후 언론에 배포한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최근 5년간 전월세 가격은 풍부한 입주물량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왔다”며 “다만 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한국은행이 불가피하게 기준금리를 인하했으며 이는 전세 가격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세난의 원인으로 임대차 3법 시행의 영향을 지적한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일부 자극적인 사례 또는 검증되지 않은 공급 위축론”이라며 “불안심리를 부추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밖에도 전세의 월세 전환 가속화, 전월세 거래량 감소 등 제기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김 장관이 16일 국정감사에서 “최근 전세시장 불안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송구스럽다”고 사과한 지 불과 사흘 만에 정부 입장이 ‘정면 대응’으로 바뀐 것이다. 시장에서는 ‘현실을 외면한 자기변명’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사과도 다 가짜였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 또한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풍부 문제가 영향을 미친 것은 맞지만 결국 임대차3법이 기폭제가 된 것”이라며 “정부 말대로 시장이 안정돼 있다면 정책을 내면 안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저금리 문제는 일부이고 근본 원인은 공급 부족”이라며 “임대차3법으로 전세 거래가 줄었고, 등록임대사업자 제도 폐지도 공급 부족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태도 변화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으면서도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정치적 개입’이라고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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