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기업공개(IPO) 공모주 투자 광풍이 불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묻지마 투자’에 나섰다가 대거 손실을 보고 있다. 그동안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이상 열기가 공모주 시장에서 감돌았지만 빅히트를 정점으로 급속히 냉각되는 분위기다. 연말에만 30여곳의 추가 공모가 예정돼 있고 내년에도 대어급 상장이 잇따를 예정이라 유동성 장세 속에서 공모주 청약 시장이 질서를 잡으려면 적정한 공모가 책정과 수요예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기사 3면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빅히트는 지난 15일 상장 이후 이날까지 5거래일 연속 하락행진을 이어오면서 첫날 최고가 35만1,000원 대비 49% 하락한 17만9,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빅히트는 첫날 주가급등 시점 대비 5거래일 만에 시가총액 5조8,215억원이 증발했다. 아직 공모가격 13만5,000원보다는 32.6% 높은 수준이지만 첫날부터 개인투자자들이 ‘불나방 투자’에 동참하면서 이날까지 4,810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주가가 25만8,000원을 웃돌았던 첫 거래일에는 2,400억원 넘게 순매수하기도 했다. 앞서 각각 7월과 9월에 상장했던 SK바이오팜도 최고가 대비 주가가 21일까지 40.07%, 카카오게임즈도 47.64% 하락했다. 이 기간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각각 8조4,578억원과 3조1,276억원이 증발했다. 하반기 ‘IPO 빅3’의 시총이 최고가 대비 17조5,400억원이나 급감한 셈이다. 그나마 이들 대어급 IPO 회사의 경우 아직 공모가 대비 주가가 높은 수준에 형성돼 있지만 최근 들어 새내기 상장사들은 공모가를 밑도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9~10월 상장한 총 12개 회사(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제외) 중 주가가 이날까지 공모가를 웃돈 기업은 7곳, 공모가를 밑돈 기업은 5곳이다. 최중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이달 들어 신규 상장기업들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됐다”며 “공모 시장이 과열국면에서 냉각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과열된 공모주 시장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개인투자자들의 냉정한 옥석 가리기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합리적인 공모가 책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동안 적정주가 대비 낮은 가격에 공모가격이 책정되면서 투자 과열을 일으키고 이것이 공격적인 공모가 책정으로 이어져 투자 수익률 하락의 악순환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보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상장 초기 기업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시장이 효율적이지 않아 상장일 고평가 현상이 나타난다”며 “비효율적인 과정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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