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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수요예측 거품 걷어내고 공모가 산정 정확도 높여야

['과열·뻥튀기' 후폭풍...피눈물 나는 공모주]

수요예측 땐 1,000대 1, 막상 상장 하면 폭락...악순환 거듭

'공모주=무위험 수익' 잘못된 인식도 대규모 투자 손실 불러

"중위험·중수익 투자처 자리잡도록 시장친화적 정상화 방안 필요"

지난 5~6일 58조원이 몰린 빅히트 일반공모에서 투자자들이 청약을 위해 증권사 창구에서 대기하고 있다. /서울경제DB




공모주 투자 이상 과열로 인한 부작용이 커진 가운데 공모주 시장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개인투자자들의 ‘묻지마 투자’ 자제와 함께 기관 수요예측의 정확성과 공모가 산정의 적정성을 제고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개인투자자들에 대한 배정 물량을 과도하게 늘리도록 강제하기보다는 상장사와 주관사(증권사)들이 자율적으로 시장 상황과 영업 목적에 맞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월 이후 상장한 12개 종목(기업인수목적회사 제외) 중 빅히트를 포함한 7개 종목만 이날 종가 기준으로 공모가를 웃돌고 있으며 나머지 5개 종목은 공모가 대비 18~35%의 하락률을 나타내고 있다. 이 중 비비씨의 경우 이날 종가가 공모가(3만700원) 대비 37.8% 급락한 1만9,100원이었다. 또 박셀바이오(-25.83%), 원방테크(-18.05%), 핌스(-21.05%), 압타마사이언스(-20%)도 불과 상장한 지 한 달도 안 됐지만 두자릿수의 손실율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상승한 7개 종목에는 공모가를 희망 밴드의 상단보다 낮게 책정한 피플바이오·이오플로우 등이 포함돼 있다. 공모가를 낮춘 기업들의 수익률 성적이 좋았던 셈이다.

이 같이 손실을 내는 공모주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이상 투자 열기가 불어닥친 이유는 투자처를 찾는 유동성이 시중이 넘쳐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공모주 투자 =무위험 수익’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개인투자자들에게 퍼지면서 대규모 투자 손실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대형 증권사의 IPO담당 임원은 “빅히트의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4조8,000억원인데 11조원을 넘어선 것이 비정상적이었다”며 “역대 볼 수 없었던 이상한 공모주 시장이 이제야 정상적으로 돌아오고 있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공모주 시장이 꾸준히 안정적인 투자처가 되기 위해서는 개인들의 분별 있는 투자와 함께 적정한 공모가 산정 및 기관투자가들의 수요예측 정확성 제고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공모가 대비 37.8% 급락한 비비씨의 경우 지난달 초 국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총 1,156개 기관이 참여해 977.5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디스플레이 공정 소재 생산기업인 핌스도 지난달 수요예측에선 총 1,332곳의 기관투자가가 앞다퉈 청약해 1,210.28대1을 기록하면서 공모가격이 희망 범위 상단인 1만9,000원으로 확정됐다. 그러나 두 회사 모두 상장일 이후 주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 사모자산운용사 대표는 “현재는 워낙 청약 경쟁률이 높기 때문에 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무조건 써낼 수 있는 최대 금액을 써낸다”며 “그러다 보니 기관 청약 경쟁률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청약증거금이 필요하지만 기관투자가들은 사전에 증거금을 낼 필요가 없고 대신 청약 물량, 희망 가격, 보호예수기간 등만 적어 내면 된다.





공모가격는 최근 청약 열기를 등에 엎고 공격적으로 책정되는 추세라는 분석도 나온다. 빅히트의 경우도 비교그룹(피어그룹)을 네이버·카카오 등의 플랫폼 업체로 잡은 후 높은 밸류에이션을 적용해 공모가격을 산출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최종경 흥국증권 애널리스트는 “공모주의 초기 수익률이 올라가면 수요가 몰리고, 이는 향후 공격적인 공모가 책정으로 이어진다”며 “이는 공모주 투자 수익률 하락으로 귀결되면서 결국 공모 시장의 등락 사이클이 반복되는 게 과거의 사례였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다만 현재는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 시 경쟁률은 치솟고 있지만 공모가 밴드 상단을 넘어서 공모가격이 책정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 공모 가격 자체가 크게 부풀려진 상태는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정부가 규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상장사와 주관사의 자율적인 판단으로 시장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적정한 공모가격 책정과 이에 따른 투자자들이 ‘중위험 중수익’을 누릴 수 있는 건전한 공모주 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공모주 펀드 등 간접투자 수단이 활발하게 제공돼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모가 산정 방식이나 보호예수기간 부여 등 시장 안정화 방안을 정부가 일일이 규제하는 것은 시대 흐름에 맞지 않다”며 “갓 상장한 기업의 주가는 시장의 평가를 받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줄이기 위한 시장친화적인 제도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들의 물량을 일률적으로 늘리거나 줄였다가 손실을 보는 투자자와 그 부담을 떠안는 주관사가 발생할 수 있다”며 “가급적 상장사와 발행사가 자신들의 전략과 시장 분위기에 따라 정책을 펼 수 있도록 민간 자율에 맡기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혜진·심우일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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