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스피커로 전화받아줘.”
눈꺼풀이 무거운 토요일 아침.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최소한의 행동으로 통화를 마치고 다시 잠을 청했다. SK텔레콤(017670)이 지난 12일 출시한 ‘T전화x누구(NUGU) 서비스’ 덕분이다. 음성인식 인공지능(AI) 비서 서비스 ‘누구’가 ‘T전화’와 결합한 서비스다. 2022년 AI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발전될 서비스의 시작이다.
“거절 메시지 보내줘”라고 말하면 정중히 전화수신을 거절할 수 있고, “음소거해줘”라고 명령하면 전화벨 소리를 줄인 채 조용히 전화가 끊기기를 기다릴 수도 있다. “광화문 맛집 어디야”라고 물어도 답해준다. 문자 메시지를 말로 하면 알아서 받아적어서 보내준다. 그야말로 ‘나 만의 비서’가 생긴 기분이다.
집을 나서며 오늘의 날씨를 물어봤다. “오늘 하늘은 대체로 맑겠습니다. 최고 기온 14도, 최저기온 2도입니다”. 아리아가 알려준 정보를 바탕으로 옷을 여러 겹 껴입고 집을 나섰다. 약속 장소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도 척척 답해줬다. T전화x누구는 이외에도 △스마트홈·일정관리·긴급SOS 등의 편의 기능 △플로·팟빵·라디오 등의 음악·오디오 기능 △메뉴추천·뉴스 같은 생활 정보 기능 등 30여 가지 서비스를 지원한다.
다만 전화가 올 때를 제외하면 항상 T전화 앱을 실행해야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불편했다. 단말기 제조업체가 아닌 앱 개발사로서 한계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SK텔레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선이어폰 ‘누구 버즈’를 이달 안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어폰을 이용하면 굳이 앱을 실행하지 않고도 AI 비서의 다양한 서비스를 음성 명령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말로 전화번호를 불러서 걸 수 없다는 점, 명령으로 전화를 끊지 못하는 점도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다양한 콘텐츠를 추천하는 투데이 탭에는 물음표가 찍혔다. 뉴스, 음식메뉴, 라디오 방송, 노래 등을 추천하지만 개인 맞춤형 콘텐츠라고 느끼기에는 다소 부족했다. 조개를 가장 싫어하는 기자에게 바지락 미역국을 추천해줬고, 추천한 노래 15곡은 취향을 저격하기에 역부족이었다. 패턴도 단조롭다. ‘굿모닝’이라 말하면 무조건 시간과 날씨 정보를 알려준 라디오 뉴스를 들려준다. 시간이 갈수록 AI 학습 데이터가 축적되면 보다 정교한 개인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나의 취향과 정보를 누군가 기억하고 있다는 점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김영준 SK텔레콤 AI기술유닛장은 “개인화된 정보는 즉시 삭제하고 저장하지 않는다”며 “만약 저장된 데이터가 있으면 시큐리티센터가 구축돼 있어 허가받은 사람만 보안 데이터의 유무를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태기자 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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