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현실(MR) 기기 홀로렌즈2를 착용하고 손목을 응시하면 네모 상자 여러 개로 이뤄진 시작 페이지가 나타난다. 윈도우 운영체제가 떠올려진다. 여기에 공기를 밀어낸다는 느낌으로 손으로 입문자용 가이드 프로그램인 ‘MSTK 툴킷’ 아이콘을 누르면 여러 가지 체험 요소가 나타난다. 가상의 테이블 위에 3차원으로 된 커피잔, 치즈 등이 나타난다. 커피가 쏟아지지 않게 커피잔을 들어 올려 본다. 가상의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다. 물체를 잡을 때는 손으로 꽉 잡거나 꼬집듯이 움직이면 물체가 회전한다. 손을 갖다 대면서 물체의 RGB 강도를 조정해 색상을 바꿔본다. 손동작을 비교적 정확히 인식하는 게 특징이다. 이어 작업자용 애플리케이션 ‘가이드(Guides)’를 실행해보니 작업자가 알아야 할 사항을 눈으로 읽고 있으면 홍채의 움직임과 시간을 측정해 다음 사항으로 알아서 넘어간다. 작업할 때는 공구를 잡고 있을 경우가 많아 눈 움직임으로 손 움직임을 대체한다는 게 체험을 도와준 직원의 설명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혼합현실(MR)용 기기 홀로렌즈2를 국내 시장에 정식 출시했다. 2일 서울 종로구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홀로렌즈2를 체험해본 결과 느낀 점은 손과 홍채인식이 비교적 정확하다는 점이었다. 특히 손을 움직였을 때 물체가 들어 올려지고 회전하고 크기가 줄었다 늘었다 하는 부분은 한두 번 시행착오를 겪고 나니 바로 해볼 수 있었다. 연필을 이용해 선을 그어보는 게 가장 어려운 동작인데 이 동작에는 실패했다. 손을 움직였을 때 상호작용이 지연 없이 정확하게 이뤄진다고 느낀 데는 카메라 기능이 한 몫 했다. 공간의 심도를 인지하는 카메라가 공간에 지도를 만들어 바닥과 벽을 인식하는 기능이 뚜렷해졌다. 시야각이 두 배 가까이 넓어지긴 했지만 아직 충분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눈과 고개를 움직이는 데 제한이 있었다.
홀로렌즈가 산업현장에 가져다준 변화는 다양하다. 록히드마틴은 지난 2017년부터 2년간 미국항공우주국(NASA)와 협업해 달 착륙 임무를 수행할 우주선 ‘오리온’을 조립하면서 통상 8시간 걸렸던 작업을 50분으로 단축했다. 엔지니어들이 수십만 가지의 부품을 일일이 살펴보고 작업 매뉴얼을 확인한 뒤 다시 작업대로 돌아와 조립하는 시간을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를 이용해 크게 아낀 덕분이다. 홀로렌즈를 쓰고 특정 부품을 바라보면 그 위로 설명과 조립방법이 혼합현실(Mixed Realiy·MR) 방식으로 디스플레이 되기 때문에 작업자들은 이동 없이 그 자리에서 부품 조립 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
필립스에서 홀로렌즈2를 통해 만든 솔루션의 경우 의사가 수술을 할 때 바로 위에 장기의 모습이나 환자 관련 차트가 띄워진다. 의사들이 환자 상태를 보면서 동시에 특별모니터를 확인하거나 차트를 꺼내 볼 필요 없이 실시간으로 환자의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게 해 수술과정에 집중할 수 있게 한 게 특징이다.
이지은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는 이날 “스마트폰 다음 단계의 변화가 혼합현실이라고 생각한다”며 “홀로렌즈2는 별도의 선이나 리모콘이 필요하지 않은 하나의 컴퓨터이며, 응용프로그램·혼합현실 서비스를 제공하는 토탈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가상 현실을 보게 해주는 기기가 아니라 공간 인식 기술과 정교한 움직임 추적 기술로 제조업 분야에 새로운 경험을 열어준다는 설명이다.
혼합현실은 기존에 눈을 가리는 디바이스를 착용한 뒤 현실과 차단된 채 만나는 가상현실(VR)과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현실을 배경으로 가상 요소가 튀어나오는 증강현실(AR)을 합친 개념이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저서 ‘힛 리프레시(Hit Refresh)에서 앞으로 미래를 바꿀 기술로 혼합현실(Mixed Reality·MR)·인공지능(AI)·양자 컴퓨팅(Quantum Computing) 세 가지를 꼽았을 정도로 MR에 주목하고 있다. 혼합현실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모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3억8,200만달러(4,330억원) 규모였던 혼합현실 시장규모는 향후 5년간 연평균 47.9%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혜진기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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