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술주가 현재 조정은 받고 있지만 장기 성장성은 여전하고 중국 역시 첨단산업 기업들이 시간은 걸리더라도 수혜를 입게 될 것입니다. 미중의 기술주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주목할 만합니다.”
정현철 한국투자신탁운용 멀티전략본부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나스닥100지수, 항셍 기술 지수 등 미국·중국 기술주 관련 지수에 투자하는 ETF를 눈여겨보고 있다고 밝혔다. 비록 최근 기술주 버블로 나스닥이 등락을 반복하면서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장기적인 성장성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 본부장은 “주가가 급등하면 버블 문제는 항상 나올 수밖에 없다”며 “미국이냐 중국이냐와 상관없이 (테크 부문은) 계속 관심이 쏠릴 섹터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2년 한투운용에 합류한 정 본부장은 파생형펀드와 인덱스펀드, ETF 운용 관련 업무를 맡아왔다. ETF운용팀장을 거쳐 현재는 회사 내 멀티전략본부에서 ETF, 인덱스펀드, 글로벌 자산배분, 구조화펀드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특히 ‘동양의 나스닥’을 표방한 항셍 기술 지수에 주목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알리바바·텐센트·메이투안디엔핑 등 중국의 주요 ‘빅테크’ 기업 30곳으로 구성된 지수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 과정에서 중국의 기술 기업은 장기적으로 강력한 성장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그는 “미중 무역분쟁의 핵심은 ‘첨단산업 헤게모니’”라며 “중국은 어떻게든 박리다매식의 제조업에서 벗어나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기업에 힘을 실으려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내년도 자산배분 관점에서는 주식·원자재·채권 순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경제적 영향을 충분히 학습한 가운데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기대는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3월 패닉과 달리 ‘학습효과’가 있어서 주식시장이 충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이 가운데 백신이 나올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어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더라도 이전만큼의 충격이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가별로는 선진국 주식이 먼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백신 기대감이 커지면서 하락한 후 반등을 보이는 미국·유럽 쪽에서 강한 모멘텀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선진국이 회복세를 보이면 그 영향으로 신흥국으로 자금이 넘어갈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내년도 금리 상승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채권은 후순위에 두고 접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는 “(재정 정책에 따른) 유동성 공급이 한동안 계속돼야 한다는 점에서 채권시장은 불확실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올해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열풍이 강해지면서 ETF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바람이 불었다고 보고 있다. 그는 “두 달 전 저희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관련 ETF를 출시한 적이 있는데 한 달 만에 350억원이 들어왔다”며 “일반 자산운용사가 한 달 만에 300억원 이상을 동원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주식만큼 매매가 쉬워 개인투자자 분들이 ETF 매매도 많이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에 따라 유동성이 많이 공급되고 거래량이 늘어난 것은 ETF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라고 설명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사진=성형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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