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한진칼(180640)에게 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발표하며 KCGI를 비롯한 제3자 주주연합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상증자 진행 시 주주연합의 지분 희석이 기정사실화 되기 때문이다. 주주연합은 임시 주주총회를 비롯해 다양한 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KCGI 관계자는 “산은이 발표한 것을 보고 내부적으로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주주연합이 먼저 고려하는 안은 임시주총 선임이다. 그동안 주주연합은 정기주총에서 패한 뒤 임시주총 소집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불확실한 경영 상황 등으로 임시주총을 고려하지 않았다. 다만 주주연합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 우호지분을 뛰어 넘는 지분을 확보하며 내년 3월 정기주총을 준비했다. 하지만 산은의 유상증자 참여로 지분율 희석이 확정된 상황에서 임시주총은 필요한 카드로 풀이된다.
한진칼의 유상증자 및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한진칼 주주들의 찬성을 이끌어 내야 한다. 특혜 시비를 비롯해 주주들의 설득까지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미 주주들 사이에서는 한진칼의 유상증자가 지분 가치 하락 뿐 아니라 파산 위기에 놓였던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부정적인 기류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에 다른 항공사를 인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주주연합이 임시주총을 요구하며 신규 이사를 추천, 이사회를 장악하게 되면 판도가 바뀔 수도 있는 셈이다.
주주연합이 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및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한진칼의 정관 상 발행주식의 30%를 넘지 않는 선에서는 이사회 결의만으로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다. 금액으로는 약 1조원 수준이라 산은의 5,000억원은 충분히 가능하다. 또한 신주에 대한 결정은 주주총회를 거치지 않아도 돼 산은의 유상증자 참여가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주주연합은 경영권 분쟁이 한창 진행 중인 한진칼이 3자 배정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앞서 “재무구조가 좋은 한진칼이 3자배정 증자를 하는 것은 법원도 허가해 주지 않을 것”이라며 “경영권 분쟁 중 제3자 배정 증자를 하는 것은 허용이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을 비롯해 주주들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한진칼의 악재로 받아들여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며 “주주연합 측에서는 법원의 힘을 빌려 증자를 중단한 뒤 장기적으로 추가 지분 확보를 하는 것이 엑시트 측면에서도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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