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신용 대출의 우대금리를 사실상 없애는 수순에 돌입했다. 금융 당국의 신용 대출 강화 방침에 발맞춰 대출 한도를 축소한 데 이어 사실상 대출금리 인상 효과를 더해 대출자 압박에 나선 것이다. 이런 상황에도 지난달에 ‘막차’ 수요가 몰리며 월간 신용 대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3일부터 일부 신용 대출 상품의 우대금리를 낮추기로 했다. 하향 조정 대상 상품은 ‘우리 주거래직장인대출’ ‘우리 금융인클럽’ ‘우리 신세대플러스론’ ‘우리 로얄클럽’ 등으로 주택 보유자나 금융기관 재직자처럼 안정적인 소득을 지닌 고객이나 사회 초년병 등 고객층을 가리지 않고 우대금리를 조정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우리 주거래직장인대출은 최대 0.6%의 우대금리를 0.3%로 낮추며 혜택을 절반으로 축소했다. 급여 이체 우대금리는 0.2%에서 0.1%로 줄이고, 우리카드 실적(3개월마다 50만 원 이상), 적립식 상품(매월 자동이체 10만 원 이상),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 또는 유지, 오픈 뱅킹 가입 여부에 따라 제공하는 0.1%의 우대금리 항목을 없애기로 했다.
우리 금융인클럽 상품의 우대금리는 최대 0.7%에서 0.1%로 줄어든다. 급여 이체 우대금리가 0.2%에서 0.1%로 하향조정되고 나머지 ▲공과금·관리비 자동이체 ▲우리카드 실적 ▲적립식 상품 ▲주택청약종합저축 ▲오픈뱅킹 ▲우량 고객 등의 우대항목 혜택은 모두 삭제된다.
우리 신세대플러스론과 우리 로얄클럽도 각각 0.6%까지 받을 수 있던 우대금리가 최대 0.1%로 사실상 사라지게 된 셈이다. 급여 이체 항목에서만 유일하게 0.1%의 우대금리를 제공하기로 하고 다른 혜택은 폐지했다.
우리은행은 이미 지난달 26일부터 ‘우리 스페셜론’의 우대금리를 1%에서 0.5%로, ‘우리 WON하는 직장인대출’의 우대금리를 0.7%에서 0.4%로 낮췄고 추가로 금리 조절에 나서며 신용 대출의 고삐를 더욱 세게 조이고 있다.
NH농협은행도 마찬가지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30일부터 ‘올원직장인대출’의 최대 대출 한도를 1억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낮췄고, 올원직장인대출과 ‘올원마이너스대출’의 우대금리는 최대 0.3%에서 0%로 변경했다. 특히 두 상품의 우대금리는 10월 19일 0.9%에서 0.7%로 낮아졌고 지난달에만 11일(0.7%→0.5%), 20일(0.5%→0.3%) 등 한 달여 만에 네 번째 조정을 통해 제로(0)가 됐다.
대출 한도 축소에 이어 사실상 대출금리 인상의 효과가 있는 우대금리 한도 축소 카드를 앞다퉈 꺼내들고 있지만 지난달 신용 대출 규모는 5조 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금융 당국이 고소득자의 신용 대출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로 제한하는 대출 규제(11월 30일 시행)를 예고하고 시중은행이 이에 앞서 대출 한도 축소 움직임을 보이자 신용 대출 막차에 올라타기 위한 수요가 몰린 것이다. 신한·KB국민·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신용 대출 규모는 10월(2조 4,563억 원)의 두 배가량인 4조 8,495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사상 최대치였던 올해 8월 4조 704억 원에 비해서도 약 8,000억 원 정도 늘어난 수치다.
/김광수·빈난새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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