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은 1.6%를 기록하면서 연간 성장률이 3%대 중반을 넘어 11년 만에 4%대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여전히 진행 중인 데다 백신 접종률이 4%대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할 경우 민간소비가 언제든지 고꾸라질 수 있고 자영업자들은 지속적으로 폐업하는 등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470조 8,467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1.6% 증가했다고 27일 밝혔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늘어나면서 순수출의 성장기여도가 -0.2%포인트를 나타냈지만 내수가 1.8%포인트나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이는 그동안 부진했던 민간소비가 1.1% 늘어나면서 증가 전환했을 뿐 아니라 정부소비(1.7%)와 설비투자(6.6%) 등도 회복세를 보인 영향이다.
이 같은 흐름에 1분기 GDP가 지난 2019년 4분기 GDP 규모(468조 8,143억 원)를 넘어서면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은은 2019년 4분기 GDP를 1로 봤을 때 올 1분기 GDP가 1.004로 코로나19 이전 대비 0.4%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설비투자와 수출도 2019년 4분기 대비 각각 13%, 3% 증가한 수준으로 경제 회복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예상보다 높은 1분기 성장률에 고무된 정부는 올해 3%대 중반이 넘는 강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은 분석 결과 올해 남은 2분기부터 4분기까지 매 분기 0.5% 이상 성장하면 올해 연간 성장률 3.6% 달성이 가능하다. 매 분기 0.7~0.8%씩 증가할 경우에는 2010년(6.8%)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4%를 넘길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이날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올해 3%대 중후반 이상의 성장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문제는 현재 진행형인 코로나19가 언제든 소비 회복세를 꺾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내수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려면 집단면역을 달성하거나 코로나19가 종식돼야 하는데 국내 백신 접종률은 4.6%(27일 기준)로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특히 대면 서비스업 소비는 사회적 거리 두기 강도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데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500~700명 수준으로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어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나 영업시간 제한 등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1분기에 증가한 자동차·가전제품 등 내구재 소비가 앞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내구재는 가격이 비싼 만큼 한 번 사서 오래 쓰는 경향이 있는데 지난해부터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은 조사국도 26일 ‘향후 펜트업(pent-up) 소비 가능성 점검’ 보고서를 통해 최근 내구재 소비가 장기 추세를 크게 웃돌고 있어 앞으로 빠르게 늘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여기에 차량용 반도체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자동차 생산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도 경제 회복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의 회복세에도 민간소비는 2019년 4분기 대비 5.5%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대면 서비스 소비에 집중해서 마이너스(-) 영향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상황에서 안심할 수 없다”며 “결국 민간소비 회복 속도는 대면 활동의 정상화에 따른 보복 소비 수준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낮은 백신 접종률에 올해 안에 민간소비가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최인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 수출 중심으로 경제가 회복하는 반면 내수는 부진할 수밖에 없다”며 “백신 등으로 연말까지 코로나19 상황이 극복되지 않으면 국내 소비가 반등할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고 말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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