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유족들이 낼 ‘이건희 상속세’가 12조원 이상으로 추정돼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게 됐다.
28일 삼성전자와 과세당국에 따르면 고 이건희 회장이 남긴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 등 계열사 지분과 부동산 등 전체 유산의 절반이 넘는 12조원 이상을 유족들이 상속세로 납부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우리 정부의 상속세 세입 규모의 3~4배 수준에 달한다.
이 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의 상속재산가액은 18조9,633억원으로 확정됐다. 이에 대한 상속세액은 11조400억원이다. 최대주주 할증률 20%, 최고세율 50%, 자진 신고 공제율 3%를 차례로 적용한 수치다. 나머지 상속세액 1조원 가량은 부동산 등 유산에 매겨졌다. 이번 ‘이건희 상속세’는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유산에 대한 상속세 고지액 176억원의 무려 680배에 달한다. 당시에도 ‘이병철 상속세’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지난 1988년 5월 당시 이건희 회장 등 상속인들은 유산 273억원에 상속세 150억원을 신고했으나 국세청 조사에서 미신고 재산 36억원이 드러나 고지 세액이 늘어났다.
이재용 부회장 등 유족들이 내야 할 상속세는 종전 국내 최고 상속세액의 10배가 넘는다. 앞서 2018년 11월말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고 구본무 회장의 상속인은 ㈜LG와 LG CNS 지분 등에 대한 상속세 9,215억원을 신고했다. 2019년 별세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상속인 조원태 회장 등은 2,700억원 규모를 분할 납부 하고 있다. 지난해 별세한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유족이 신고한 상속세액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롯데지주 등 국내 주식 지분 4,500억원에 대한 세액 2,700억원 등 국내 자산에 대한 상속세액만 4,5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12조원이나 되는 막대한 규모의 상속세인 만큼 유족은 상속세를 이달 말부터 6회 분할납부하는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납에 따른 가산금리는 작년까지는 연 1.8%였지만 지난달에 연 1.2%로 낮아졌다. 정부 관계자는 “큰 금액에 대해서는 하루 하루 이자 부담이 있기 때문에 통상 마지막 날에 납부한다”고 말했다. LG와 한진 일가의 상속인도 연부연납제도로 나눠서 상속세를 내고 있다. 이에 비해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상속세액을 일시에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속세를 분납하려면 상속인들이 주식이나 부동산 등을 과세관청에 담보로 제공하거나 보증보험기관의 납세보증보험증권 또는 은행의 납세보증서를 제출해야 한다. 문화재는 비과세이며, 공익단체 출연금 등 기부금은 상속세 계산에서 제외된다. 국외 자산의 경우 국외에서 상속세를 냈다면 국내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
최고 세율 50%에 최대주주 할증률이 20%로 상속세율이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는 세율 인하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간담회에서 “상속세율 인하를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여러 경로로 상속세가 높다는 지적을 접하고 있지만 현재 별도로 세율 인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국제적인 상속세 부과 수준이 있고 또 세금을 능력에 비례해 결정하는(응능 부담의 원칙) 것이 조세의 취지”라고 말했다.
/세종=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