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팔고 떠나라(Sell in May and go away).” 5월은 주식 수익률이 좋지 못해 잠시 피신하라는 미국에서부터 전해진 오래된 증시 격언이다. 이에 매년 5월을 앞두면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셀 인 메이’의 압박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나타난다. 특히 올해 5월은 재개되는 공매도가 국내 증시를 요동치게 하지 않을지 투자자들의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세간의 걱정에도 여의도 전문가들은 5월 증시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미국 주도의 국제 경기 회복세와 국내 기업의 이익 증가 추세 등을 감안하면 이번 5월은 ‘머무는 전략(stay in May)’이 유리할 것이라는 진단이 우세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7.40포인트(0.23%) 하락한 3,174.07에 거래를 끝냈다. 지난 26일 3,217.53의 종가 기준 최고점을 찍은 뒤 3거래일 연속 하락이다. 오는 5월을 앞두고 연일 약세장이 나타나자 ‘셀 인 메이’가 소환돼 부담을 늘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현재 증권가에서는 5월 국내 증시를 비관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물론 올 연초와 같은 급등세를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완만한 상승 속에 전고점 돌파 시도를 해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 등은 다음 달 코스피 예상 지수 상단을 3,300선으로 제시했다.
우선 전문가들은 ‘셀 인 메이’의 명제 자체가 국내 증시와 맞지 않는다고 꼬집는다. 실제 1990년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코스피의 월간 상승률을 보면 5월 하락을 기록한 경우는 총 16번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상승한 경우도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셈이다. 즉 뚜렷한 방향성은 없었다는 의미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단순하게 5월에 팔라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경기 흐름을 짚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경기 개선은 증시 낙관론에 힘을 더한다. 세계경제의 큰 축을 이루는 미국의 최근 경제 상황은 지난해의 충격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6.4%로 예상했고 골드만삭스 등은 8%까지도 내다본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에 속도가 붙었고 조 바이든 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유럽도 백신 보급이 빠르게 진행돼 경기 반등을 예고하는 양상이다.
이는 국내 기업의 이익을 크게 늘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순이익 추정치는 148조 원까지 올라왔다. 올 초 130조 원 수준으로 예상됐다. 그만큼 상장사들의 이익 개선세가 빠르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주가 부담도 덜해져 KB증권에 따르면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3.2배 수준까지 떨어졌다.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개인투자자들 중심으로 공매도 재개를 크게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반면 전문가들은 공매도가 시작되더라도 주가지수 자체를 끌어내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본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공매도는 일부 대형주가 그 대상이고 수출 실적 등을 감안하면 강세장의 기조를 꺾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백신 보급과 시장 기대만큼 국내 경기회복이 따라줄지도 문제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은 선진국보다 백신 보급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려 경기회복 속도도 더딜 수 있다”며 “상승 모멘텀이 뚜렷하지는 않아 기간 조정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공매도 등의 변수로 종목별 차별화 장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어닝(실적) 모멘텀상 강점이 있다”며 “경기 민감 업종에 이어 소비재에도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완기 기자 kingear@sedaily.com,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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