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경기도의 토지시장이 예사롭지 않다. 3월 토지거래 건수가 월별 기준으로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가운데 4월 거래도 2만 건을 넘어서며 3월 수준에 근접하거나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수도권 11만 가구의 신규택지 공개를 전격 연기했다. 정부는 그 이유로 예상 후보지에서 토지거래가 크게 늘고 다수의 투기성 거래가 발견됐다는 것을 들었다. 경기도 토지 거래가 급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11만 가구 택지 확보가 더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3월과 4월…경기도 역대급 토지거래>
경기도 부동산포털에 따르면 3월 순수 토지(토지·임야) 거래량은 집계를 마감한 결과 2만 1,224건으로 기록됐다. 이 수치는 월별 기준으로 2006년 12월(2만 4,165건) 이후 약 15년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경기도 토지 거래량이 2만 건을 넘어선 것은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06년 이후 이번을 포함해 두 번에 불과하다.
눈길을 끄는 것은 4월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5월 3일 현재 4월 토지거래 건수는 1만 1,854건이다. 신고 기한 마감은 5월 말까지다. 앞으로 남은 기한을 고려해 볼 때 2만 건을 넘어서면서 3월 수준을 넘어서거나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관계자는 “통상 토지 거래량이 늘어나는 경우는 대규모 토지 보상 또는 아파트 공급과 관련된 경우가 많았다”며 “3월 역시 비슷한 이유인지 현재 증가 지역 등을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토지 거래는 경기도 아파트 거래를 뛰어 넘는 규모다. 통상 아파트 거래가 토지거래보다 많다. 하지만 3월과 4월 들어서는 토지거래가 아파트 거래를 추월하고 있다.
일단 시장에서는 토지보상금이 토지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으로 분석한다. 경기도 지역에서는 현재 대규모 택지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2017년 11월 주거 복지 로드맵에 따라 성남 금토, 구리 갈매역세권 등에 다수의 택지가 개발 중이다. 고양 창릉,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광명 시흥 등에서도 3기 신도시 사업이 벌어지고 있다. 이와 별개로 의왕 청계2, 과천 과천, 안산 장상2, 용인 구성역 등 중규모 택지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부동산 개발 정보 플랫폼 지존의 신태수 대표는 “통상 토지 보상에 따른 유동성 증가는 일반적인 유동자금보다 더욱 직접적으로 인근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며 “토지주들이 토지 보상금으로 인근 주변 토지에 재투자하는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본격적인 토지 보상이 이뤄진다. 서울경제가 확인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사업 계획에 따르면 올해 책정된 토지 보상비만 12조 7,000억 원에 이른다. 이는 2014년부터 2019년 9월까지 5년여간 지급된 총액 12조 3,000억 원을 뛰어넘는 규모다.
<연기된 수도권 11만 가구…불통 뛰나>
앞서 정부는 지난 달 29일 신규 택지 공개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2·4 공급 대책’에서 신규 택지로만 수도권 18만 가구와 지방 7만 가구 등 총 25만 가구를 공급한다고 공언했다. 현재 남아 있는 택지는 수도권 11만 가구, 지방 2만 1,000가구 등 13만 1,000가구다. 13만 여 가구를 지을 수 있는 택지 발표가 연기된 것이다.
정부가 연기한 이유는 투기성 거래가 다수 발견 되서다. 국토부는 브리핑에서 “포착한 투기 정황이 정부의 생각보다 과도한 수준”이라고 했다. 주된 투기 형태는 필지를 쪼개서 매매하는 지분 거래다. 국토부가 공개한 비수도권의 택지 후보지인 A지구의 경우 특정 연도 상반기 토지 거래량이 56건이었다가 하반기에 갑자기 453건으로 808.92% 늘었다. 그중 지분 거래 비중도 상반기 18%에서 하반기 83%로 급증했다.
다른 입지에서도 외지인 거래가 전체 거래의 절반에 달하거나 인근 지역 대비 1.5배 이상 지가가 상승하는 등 이상 징후가 발견됐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다만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국토부 직원들의 투기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서도 경기도 토지거래가 급증하면서 투기성 거래가 다수 늘어났을 가능성이 큰 것이 현실이다. 택지 발표가 늦춰질 수록 정부가 살펴야 될 이른바 투기성 거래는 더 증가하는 셈이다. 일단 정부는 신규 택지 발표 시기를 하반기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어렵게 나온 입지가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문제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추후 발표될 수도권 입지가 만약 실수요자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을 경우 오히려 더욱 큰 정책 불신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짚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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