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정보기술(IT)기업 또한 현재와 같은 기업집단(재벌) 정책 틀에서 규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IT 대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규제 틀을 적용해달라”는 요구에 선을 그은 것이다. 조 위원장은 재벌총수(동일인)지정제도의 개선과 관련해 “외국인이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경우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방향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대기업 집단 지정 정책은 경제력 집중과 대기업 지배구조 문제와 관련된 것으로 업종별 차이를 두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산업이기 때문에 대기업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것은 어렵다” 며 “IT기업도 전통적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업종에 진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위원장은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최근 외국 국적이어서 공정위의 총수 지정을 피해간 데 대해 “(총수로 지정하면) 여러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어 제도 개선부터 먼저 해야 한다”며 “개선안을 제도화한 다음 외국인이 실질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하는 경우 관련 요건에 해당하면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달 중 동일인에 대한 정의 및 요건을 규정하고 동일인 관련자 범위의 실효성 등을 연구하는 용역을 발주할 방침이다. 다만 관련 법 개정 등의 절차를 감안하면 김 의장의 동일인 지정은 오는 2023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 위원장은 또 “지난 10일 ‘기업집단국’이 공정위 정규 조직으로 확정됐다”고 전했다. ‘재계 검찰’로 불리는 공정위의 칼날은 더욱 날카로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 기업집단국은 2017년 9월 한시 조직으로 출범해 대림·효성·태광·미래에셋·SPC·금호아시아나 등 주요 그룹의 계열사 및 대주주에 대한 부당 지원 혐의 등을 대거 조사해 적발한 바 있다.
조 위원장은 향후 공정위가 집중할 이슈에 대해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갑을 문제 등에 대해 살피는 한편 공정 경제 기반을 만들기 위해 애쓰겠다”고 말했다.
/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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