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매일매일 공유 킥보드를 탔는데 앞으로 헬멧 같은 안전 장비를 개인적으로 갖추고 다녀야 한다면 솔직히 안탈 것 같아요.”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 인근에서 지인과 함께 공유 킥보드를 타고 인근 백화점으로 이동하던 직장인 이은성(26) 씨는 “집에서 나올 때 탈지 안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부피가 큰 안전 장비를 들고다니는 게 번거로울 거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 첫날을 맞아 서울 영등포경찰서 소속 경찰들은 여의도한강공원 인근에서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ersonal Mobility·PM) 이용자들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 이씨 역시 안전 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인도로 주행하다가 경찰 계도에 걸렸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번 법 개정이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데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일부 조항에 대해서는 실태와 동떨어져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날부터 적용되는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라 전동 킥보드 이용 가능 연령이 제2종 원동기장치 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만 16세 이상으로 높아진다. 무면허로 운전하거나 술을 마신 채 전동 킥보드를 탈 경우 10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이외에도 안전모 등 보호 장비를 착용하지 않으면 2만원, 한 전동 킥보드에 2명 이상 탑승하면 4만 원의 범칙금을 물게 된다. 다만 경찰은 한달간 교통 사고 위험이 높은 중대 위반 행위를 제외하고는 계도와 홍보를 위주로 단속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이날 약 한 시간 여의 단속 활동을 벌여 총 6건의 불법 이용 행태를 적발했다. 모두 법 개정을 사전에 알지 못해 안전 장비 없이 주행하거나 인도에서 킥보드나 전기 자전거를 타는 경우였다. 경찰은 현장에서 도로교통법 개정 내용이 적힌 팸플릿과 물티슈를 제공하며 홍보 활동을 벌였다.
안전을 추구하는 건 좋지만 킥보드를 사용하는 경우에 비춰 일부 조항은 다소 비현실적이라는 불만도 이용자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주 1~2회 공유 킥보드를 이용한다는 서윤호(29) 씨는 “사실 언제 몇번 탄다고 말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이용 횟수나 사용하는 경우가 그때그때 다르다. 그만큼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이용한다는 건데 보호대 같은 안전장비를 늘상 갖고 다녀야 한다는 게 비현실적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서울시 공유 자전거 ‘따릉이’의 실패를 반복하게 될 거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지난 2018년 서울시는 따릉이 이용자들에게 안전모를 제공하는 시범 사업을 했는데 단거리 이용, 위생 문제 등을 이유로 이용률이 고작 3%에 그쳤다.
면허 ‘꼼수 인증’도 풀어야 할 숙제다. 대부분 공유 킥보드 운영사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본인 인증을 거친 뒤 면허를 등록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 하에서는 타인의 면허로 인증을 하더라도 걸러내지 못한다는 게 맹점이다. 쉽게 말해 면허 취득이 안되는 중학생이 부모의 면허로 허위 인증을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도로교통공단이 제공하는 운전면허정보 자동검증시스템을 활용하면 이런 문제를 막을 수 있지만 현재 공유 킥보드 운영사들은 현행법 상 이를 활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한편 킥보드 업계는 이번 법 개정으로 이용자 수가 급감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눈치다. 킥보드 운영사의 한 관계자는 “킥보드 업체들이 대부분 스타트업이다 보니 규제 하나로 인해 산업 전체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라스트마일 모빌리티인 킥보드 특성 상 많이 타야 5분 정도인데, 겨우 5분을 위해 하루 종일 헬멧을 들고 다니란 것은 산업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결과다”라고 말했다.
/허진 기자 hjin@sedaily.com,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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