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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타는데 헬멧까지?”…개정 도로교통법 시행 첫날 표정

13일부터 원동기장치 면허 있어야 탈 수

무면허·안전장비 미착용 땐 범칙금 부과

안전 중요해도 실정과 달라 실효성 우려

안전모 착용 3% 그친 따릉이 전례 따를까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 첫날인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 인근에서 서울영등포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시민들을 대상으로 계도 활동을 벌이고 있다./성형주 기자




“평소 매일매일 공유 킥보드를 탔는데 앞으로 헬멧 같은 안전 장비를 개인적으로 갖추고 다녀야 한다면 솔직히 안탈 것 같아요.”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 인근에서 지인과 함께 공유 킥보드를 타고 인근 백화점으로 이동하던 직장인 이은성(26) 씨는 “집에서 나올 때 탈지 안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부피가 큰 안전 장비를 들고다니는 게 번거로울 거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 첫날을 맞아 서울 영등포경찰서 소속 경찰들은 여의도한강공원 인근에서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ersonal Mobility·PM) 이용자들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 이씨 역시 안전 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인도로 주행하다가 경찰 계도에 걸렸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번 법 개정이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데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일부 조항에 대해서는 실태와 동떨어져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날부터 적용되는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라 전동 킥보드 이용 가능 연령이 제2종 원동기장치 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만 16세 이상으로 높아진다. 무면허로 운전하거나 술을 마신 채 전동 킥보드를 탈 경우 10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이외에도 안전모 등 보호 장비를 착용하지 않으면 2만원, 한 전동 킥보드에 2명 이상 탑승하면 4만 원의 범칙금을 물게 된다. 다만 경찰은 한달간 교통 사고 위험이 높은 중대 위반 행위를 제외하고는 계도와 홍보를 위주로 단속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이날 약 한 시간 여의 단속 활동을 벌여 총 6건의 불법 이용 행태를 적발했다. 모두 법 개정을 사전에 알지 못해 안전 장비 없이 주행하거나 인도에서 킥보드나 전기 자전거를 타는 경우였다. 경찰은 현장에서 도로교통법 개정 내용이 적힌 팸플릿과 물티슈를 제공하며 홍보 활동을 벌였다.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 첫날인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 인근에서 서울영등포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시민들을 대상으로 계도 활동을 벌이고 있다./성형주 기자




안전을 추구하는 건 좋지만 킥보드를 사용하는 경우에 비춰 일부 조항은 다소 비현실적이라는 불만도 이용자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주 1~2회 공유 킥보드를 이용한다는 서윤호(29) 씨는 “사실 언제 몇번 탄다고 말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이용 횟수나 사용하는 경우가 그때그때 다르다. 그만큼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이용한다는 건데 보호대 같은 안전장비를 늘상 갖고 다녀야 한다는 게 비현실적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서울시 공유 자전거 ‘따릉이’의 실패를 반복하게 될 거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지난 2018년 서울시는 따릉이 이용자들에게 안전모를 제공하는 시범 사업을 했는데 단거리 이용, 위생 문제 등을 이유로 이용률이 고작 3%에 그쳤다.

면허 ‘꼼수 인증’도 풀어야 할 숙제다. 대부분 공유 킥보드 운영사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본인 인증을 거친 뒤 면허를 등록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 하에서는 타인의 면허로 인증을 하더라도 걸러내지 못한다는 게 맹점이다. 쉽게 말해 면허 취득이 안되는 중학생이 부모의 면허로 허위 인증을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도로교통공단이 제공하는 운전면허정보 자동검증시스템을 활용하면 이런 문제를 막을 수 있지만 현재 공유 킥보드 운영사들은 현행법 상 이를 활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 첫날인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 인근에서 서울영등포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시민들을 대상으로 계도 활동을 벌이고 있다./성형주 기자


한편 킥보드 업계는 이번 법 개정으로 이용자 수가 급감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눈치다. 킥보드 운영사의 한 관계자는 “킥보드 업체들이 대부분 스타트업이다 보니 규제 하나로 인해 산업 전체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라스트마일 모빌리티인 킥보드 특성 상 많이 타야 5분 정도인데, 겨우 5분을 위해 하루 종일 헬멧을 들고 다니란 것은 산업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결과다”라고 말했다.

/허진 기자 hjin@sedaily.com,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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