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사업자들의 임대 보증금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는 8월 18일을 앞두고 일선 현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근거법인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특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임대 사업자들이 보증보험에 가입하려 해도 할 수 없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임대 사업자들을 범법자로 만드는 제도’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또 임대 사업자들이 보증보험 가입을 위해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돌릴 수밖에 없게 돼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 보증보험 가입, “하고 싶어도 못해요”=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임대 보증금 보증보험을 취급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는 대출금과 임대 보증금을 합한 금액이 주택 가격을 넘으면 가입을 거절하고 있다. 문제는 임대주택의 특성상 다세대·연립·오피스텔이 많은데 주택 가격 대비 전세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HUG에서 임대 사업자들에게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해 보증금을 낮추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경기도 수원에서 원룸 여러 채를 보증금 7,000만~8,000만 원에 전세 주고 있는 임대 사업자 A 씨가 대표적 사례다. A 씨가 보유한 원룸의 민특법상 주택 가격은 5,460만 원(공시가 4,200만 원의 130%)으로 전세 보증금에 훨씬 못 미친다. A 씨는 “범법자가 되지 않으려면 전세로 살던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낮춰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자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최대 2,000만 원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는다.
◇ 준비할 서류만 20여 종, 담당자마다 달라=임대주택에 근저당권이 공동으로 설정돼 있어도 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하다. 법에서는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경우 보증 대상은 임대 보증금 전액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HUG에서는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 회장은 “공공 기금으로 임대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운용 위탁 금융기관에서 이를 공동담보로 설정한 것을 문제 삼아 HUG가 가입을 받아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임대 사업자들 사이에서는 “공동담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범법자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요건을 충족했더라도 가입을 위한 서류가 많게는 20종이 넘고 이마저도 누가, 언제, 어디에서 신청하느냐에 따라 요구 서류가 달라져 헛걸음을 하기 일쑤다. 성 회장은 “지금까지 가장 많이 서류를 냈다는 임대 사업자의 경우 22가지를 냈다고 한다”면서 “HUG와 전화 상담도 어렵고 직접 방문해도 몇 시간씩 대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전했다. 가입 신청을 했다고 끝이 아니다. 가입 완료까지 2개월 이상이 소요돼 임대차계약 신고를 못하다 과태료까지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임대 사업자는 신규·갱신 계약을 계약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신고하게 돼 있는데 보증보험 가입이 지연되면 불가항력적 임대차계약 미신고로 인한 과태료 부과 및 세제 환수 조치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성 회장은 “민특법 개정안이 지난해 8월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는 신규 등록한 임대 사업자에게 적용됐지만 올해 8월부터 기존 임대 사업자의 가입이 의무화되는 만큼 지금까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신청이 몰리면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희영 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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