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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부동산 대참사'의 끝은 어디인가

노희영 건설부동산부 차장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4년 동안 25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두 달에 한 번꼴로 대책이 나온 셈이다. 그러는 동안 서울 집값은 한국부동산원 기준으로 15%, KB국민은행 기준으로 35% 올랐다. 실제 매매 사례를 보면 4년간 서울에서 아파트 값이 두 배(100%) 이상 뛴 곳도 드물지 않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집값을 잡으려면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목이 터져라 외쳤다. 하지만 정부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잇따른 대책들은 수요 틀어막기에만 집중됐다. 단기 처방식 땜질만 하다 보니 추가 대책이 필요했다. 닿기만 하면 금으로 변하는 미다스의 손처럼 대책만 나오면 집값은 올랐다. 결과는 '부동산 대참사'.

집값을 올려놓더니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겠다며 보유세 부담을 대폭 키웠다. 다주택자를 잡겠다며 양도세·취득세 중과 방침을 내놓았다. 그런데도 기대했던 다주택자 물량은 구경하기 힘들다. 임대 사업자들을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몰아가며 각종 혜택을 축소하더니 임대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징역 2년을 살게 하겠단다. 임차인을 보호하겠다며 내놓은 임대차3법은 오히려 전세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러더니 집권 5년차에 ‘획기적으로’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방향을 틀었다. 올해 2·4대책을 통해 오는 2025년까지 서울 32만 가구, 전국 83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목표대로만 되면 가히 ‘공급 폭탄’ 수준이다. 급조된 대책에 설익은 계획이 쏟아진다. 공공 주도 정비 사업을 하겠다며 주민 동의도 없는 후보지를 줄줄이 지정했다. 모두가 관심을 갖는 서울 강남 지역은 한 곳도 없고 변두리 지역만 넘쳐난다.



국토 면적의 11.8%인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이 몰려 살고 있다. 서울 외곽에 거주하는 이들은 서울 안쪽으로 들어오고 싶어한다. 많은 이들이 살고 싶어하는 서울은 신규 공급할 택지가 고갈된 상태다. 교육·교통·편의시설의 인프라를 갖춘 곳에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려면 민간 재개발·재건축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

이 지경이 됐는데도 민간 재개발·재건축은 집값을 과열시킨다며 각종 규제를 풀 생각을 하지 않는다. 노형욱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8일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10일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며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심판을 받았다”면서도 “부동산 정책의 기조는 달라질 수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대참사를 언제까지 보고만 있어야 하나. 정부의 잇단 헛발질을 지켜본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를 ‘초보 운전자’에 비유했다. 면허를 막 따서 운전을 하다가 길 가는 사람을 치고는 ‘좋은 의도로 운전했다’고 우기는 꼴이라는 것이다. 취임 5년차다. ‘초보’ 딱지는 뗄 때가 지나도 한참 지났다. 아직도 제대로 못하겠으면 차라리 운전대를 놓는 게 낫다. / nevermind@sedaily.com

/노희영 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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