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차기 원장이 27일 선임된다. 문재인 정부 첫 청와대 경제수석과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홍장표 부경대 교수 내정설로 ‘코드 인사’ 논란이 증폭되는 가운데 내부 선임으로 돌아설지 관심이 모아 지고 있다. 차기 원장은 다음 정부 출범 시기와 맞물려 있어 정책 제언을 하는 역할이 여느 때보다 중요하다. KDI는 대학원을 포함해 700~800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국책연인데도 2000년 이후 김준경 전 원장을 제외하고는 번번이 외부에서 원장으로 와 조직 내 갈등이 빈번한 문제를 겪어왔다.
20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따르면 오는 27일 이사회에서 KDI 원장 선임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당초 6월로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으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유임론과 함께 연구기관장 인사도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날 이사회에서 후보자 3인에 대해 각 10분간만 면접을 보기로 해 결론을 정해놓고 형식적인 절차를 거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현 정부 경제철학인 ‘소주성’ 설계자 홍 교수가 내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KDI 출신 원로학자 19명은 “망국적 경제정책 설계자가 KDI의 수장으로 거론된다는 것 자체가 국민을 우롱하고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홍 교수가 원장이 될 경우 KDI 연구의 독립성을 해치고 소주성을 정당화한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른 두 후보는 모두 내부 출신으로 우천식 선임연구위원과 안상훈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이다. 올해로 개원 50주년을 맞은 KDI는 4개 센터, 4개 실, 4개 부에서 거시경제, 재정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정책 제언을 해왔다. KDI는 전통적으로 정부에 쓴 소리를 여과 없이 내보낼 정도로 내부 논쟁이 치열한 조직이다.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앞선 국책연 인사 모두 논란을 못 들은 척 낙하산 임명을 강행했다”며 “외부에서 왔다가 업무 파악만 하다 임기 3년이 지나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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