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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주관부처 지정·내부거래 금지 '뒷북 조치'…투자자 보호는 역부족

정부 암호화폐 관리방안

양도차익 과세 2023년 첫 납부

국조실TF에 국세청·관세청 추가

업계 "기존 나왔던 내용 정리 불과"

제도권 금융 불인정 기존입장 고수

무분별 상장 차단·폐업 대책 빠져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 라운지 전광판에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28일 정부 부처가 합동 발표한 ‘가상자산 거래 관리 방안’을 두고 교통정리 수준에 그친 암호화폐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정금융거래정보법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사업자를 관리하는 기존 체계를 유지하되 사업자의 ‘셀프 거래’ ‘내부 거래’ 등을 금지해 소비자 피해를 막는 등 대책이 소극적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특금법에 따른 가상자산 사업자의 신고유예기한인 9월 24일 이전에 암호화폐 거래소의 무더기 폐업 및 투자자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날 가상자산 거래 관리 방안의 핵심은 암호화폐와 관련해 투기와 산업 육성을 나눠 관리하겠다는 데 있다. 최근 코인 열풍으로 암호화폐 투자자가 급증하면서 더 이상 정부가 외면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실제로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4대 주요 거래소의 투자자는 581만 명으로 하루 평균 거래대금만 22조 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정부는 암호화폐를 제도권 금융으로 인정하지 않는 기존 입장을 그대로 고수하되 관련 사업자 관리·감독, 거래 투명성 등은 금융위원회가, 산업 육성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도록 정리했다. 금융위가 사실상 암호화폐 거래소 등을 관리·감독하게 됨에 따라 금융위 내 관련 기구를 설치하고 인력을 보강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와 논의를 거쳐 추진하기로 했다. 암호화폐와 관련한 불공정 행위가 다양한 점을 고려해 국무조정실이 운영하는 가상자산 관계 부처 TF에 국세청과 관세청도 추가한다.

사진 설명


투자자 보호에 손 놓고 있다는 그간의 비판을 의식해 정부는 특금법의 시행령 개정도 추진한다. 시행령 개정은 가상자산 사업자가 자체 발행한 암호화폐의 매매와 교환을 중개하거나 알선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가령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자체 암호화폐인 ‘바이낸스코인(BNB)’을 발행한 뒤 자사 거래소에 상장해 유통하고 있는데 국내 거래소는 이 같은 행위를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또 가상자산 사업자의 임직원이 자사 거래소를 통해 암호화폐를 사고파는 행위도 시행령을 통해 금지한다. 임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시세를 조종할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다.

이외에도 정부는 해킹 등으로부터 암호화폐 등을 안전하게 보관하도록 ‘콜드월렛’ 보관 비율을 70%까지 상향할 수 있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콜드월렛은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아 해킹이 어려운 전자 지갑이다. 주로 USB로 보관하거나 종이 지갑, 하드웨어 지갑 등이 해당된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시행령 개정을 9월 24일 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젊은층 투자자를 중심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과세 연기론이 거세지만 내년부터 암호화폐에 과세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그대로 유지된다. 내년부터 가상자산 양도·대여 등으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는 2023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 때 신고하고 세금을 내야 한다. 암호화폐를 1년간 거래해 발생한 수익이 250만 원을 초과한 경우 세율 20%로 분리과세한다.

특히 정부는 국내 거래소를 통한 거래뿐만 아니라 해외 거래소를 통한 거래에도 과세하겠다는 방침이다. 해외 거래소의 경우 세원 포착이 어렵지만 해외자산 신고 내역에 가상자산을 포함하게 하거나 자금출처를 조사하는 방식을 통해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을 최대한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9월까지 진행되는 사업자 신고유예 기간 도중 불법 행위가 벌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범부처 불법행위 특별단속’ 기간을 기존 6월에서 9월로 연장한다.

정부의 이같은 조치를 두고 업계에서는 뒤늦은 대책인 데다가 투자자 보호에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무분별한 부실 코인의 상장을 막기 위한 조치와 대규모 거래소 폐업에 따른 투자자 피해를 막을 대책 등이 빠졌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엄격하게 상장 심사 과정을 규제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는 암호화폐의 상장과 관련한 규제를 도입할 경우 업계가 위축될 수 있는 점을 들어 상장 코인의 규제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

실명 계좌 발급과 관련해 금융위의 지침이 여전히 모호해 은행권의 부담이 큰 점도 문제다. 현재 금융 당국이 파악한 운영 중인 거래소는 60여 곳으로 이 중 업비트(케이뱅크)·빗썸(농협은행)·코인원(농협은행)·코빗(신한은행) 등 거래소 4곳만 실명 계좌를 발급받았다. 대부분의 거래소가 아직 실명 계좌를 발급 받지 못한 데다 다른 시중은행들은 명확한 지침이 없고 자금 세탁 리스크가 큰 점을 이유로 거래소와의 제휴를 꺼리고 있다.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확보한 곳도 20곳에 그친다. ISMS 인증은 특금법 상 가상자산 사업자가 확보해야 할 신고 요건 중 하나로 실명계좌 발급보다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다. 정부는 남은 거래소가 조속히 신고 요건을 달성하도록 컨설팅 등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먹튀’, ‘기획파산’ 등 불법행위에 대해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대부분의 거래소가 영업을 중단할 가능성이 크다.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중소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기존에 산발적으로 나왔던 내용을 정리하는 수준에 그쳤다”며 “그나마 눈에 띄는 것은 관계 부처에서 컨설팅해주겠다는 내용인데 얼마나 실효성 있을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 역시 “늦었지만 주무 부처가 지정된 건 다행”이라면서도 “9월 25일 이후 미신고 업자들의 기획 파산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 김상훈 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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