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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건보료 증가 불보듯…"월세 놓거나 전셋값 올릴 것"

■내달부터 '전월세 신고제'…부작용만 키우나

거래 현황·가격 등 파악 한다지만

임대인들 "과세 목적 활용 뻔해"

벌써부터 전월세 가격 인상 채비

취지 좋지만 결국 세입자만 피해

공급부족 맞물려 시장불안 커질듯

오는 6월 1일부터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되는 가운데 28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중개 업소 매물 게시판이 비어 있다. 현지 중개 업소에 따르면 매매는 물론 전세 물건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오승현 기자




“어차피 집주인에게 붙는 세금은 임차인 몫으로 돌아갈 겁니다. 공급 없이 임대인들 쥐어짜봐야 집값 올리는 결과밖에 나지 않을 텐데 답답하네요.” (임대 사업자 A 씨)

지난해 7월 말 ‘임대차 2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이 시행될 당시 정부와 여당은 시장 안정을 자신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임대차 매물이 급감하고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는 부작용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임대차 3법’의 마지막 조각인 전월세신고제가 오는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전문가들은 주택 임대차 시장을 세세하게 파악해 ‘맞춤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전월세 시장이 또다시 요동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고제 시행으로 사실상 임대인의 소득이 고스란히 노출되기 때문이다. 소득 노출은 세금 및 건강보험료 등의 증가로 연결될 것이 뻔하다. 아예 전월세 매물을 내놓지 않거나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여지가 다분하다.



◇부작용 우려…늘어난 세 부담 전가=전월세신고제 시행을 앞두고 시장에서는 불안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카페 등에서는 신고제 시행에 대비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거나 전셋값 인상에 나서겠다는 집주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 집주인은 “앞으로는 집수리 같은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생각”이라며 “임차인에 대한 혜택만 늘어나는데 내 돈을 들여가면서 더 해줘야 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한 임대 사업자는 “임대 사업자의 경우 표준 임대료 적용으로 3개월 내 신고인데, 신고제에 따라 30일 내에 해야 한다는 것인지 헷갈린다”며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임대차 2법이 시행된 직후인 지난해 8월부터 이달 24일까지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8.57%, 서울은 3.83% 올랐다. 통계 수치를 넘어 임차인들이 겪는 고통은 더하다.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세입자들이 수두룩하다.

이런 가운데 전월세신고제 시행으로 임대차 3법이 완성되면 시장에서는 부작용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일단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안정세를 보였던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4일 기준 전주 대비 0.04% 오르면서 상승 폭을 키우는 모습이다. 매물도 줄어들고 있다. 부동산 정보 애플리케이션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세 매물은 28일 현재 2만 1,519개로, 2개월 전인 3월 28일(2만 3,642개)보다 8.9%(2,123개) 줄어들었다.





◇전문가 “임대차 시장 또 불안해질 것”=전월세신고제 도입에 따라 세부적인 전월세 거래 현황 및 거래 가격 등이 손쉽게 파악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시장에서는 정부가 신고된 계약 내용을 과세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과세 목적으로 활용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집주인들은 세금 부담 증가 등을 고려해 전셋값을 올리거나 월세로 전환하는 등 준비에 나서고 있다.

현재 연간 임대소득이 400만 원을 넘으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이 상실돼 은퇴자 등도 건보료를 내야 할 수 있다. 소득에 따라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이 같은 집주인들의 세 부담 증가가 세입자의 전월세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부동산 카페 등에서는 전월세신고제 시행을 앞두고 이를 우려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 임차인은 “취지는 좋은데 결국 집주인들이 보증금과 월세를 올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부작용이 더 크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 임대인은 “보증금이 드러나면 결과적으로 세금과 건보료가 오르게 된다”며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것 외에 다른 방안이 없다”고 했다.

정부는 당초 예고대로 6월 1일부터 전월세신고제를 시행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 세종시, 전국 8개 도 내 시 지역에서 거래되는 임대차계약 중 보증금 6,000만 원 또는 월세 30만 원을 넘는 계약은 30일 이내에 신고 의무가 부과된다. 아파트나 다세대·다가구, 단독주택뿐 아니라 오피스텔·고시원 등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영향을 받는 모든 형태의 집이 대상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30일 미만의 초단기 임대차계약의 경우 원칙적으로는 신고 대상이지만 신고하지 않더라도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계약 신고 기한이 계약 후 30일 이내여서 그 사이에 계약 기간이 종료돼 신고 대상 자체가 소멸하는 탓이다. 다만 임차인이 보증금 보호 등을 이유로 신고를 원하다면 계약 기간과 관계 없이 신고할 수 있다. 갱신 계약 또한 신고 대상이지만 보증금·월세가 바뀌지 않았다면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전문가들은 부작용에 대해 우려를 내놓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지금은 신고제를 다른 용도로 활용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여론을 살펴보고 향후 다른 정책을 위한 기반 자료로 사용하려 할 것”이라며 “신고제로 확보된 자료를 과세에 활용하게 되면 임차인에 대한 임대료 전가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임대수익 노출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집주인들로 인해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화할 수 있다”며 “하반기 입주 물량 감소와 맞물려 전세 시장이 크게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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