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일반용 전기보다 값싼 산업·농사용 전기를 가상화폐 채굴에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곳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산업용 전력요금은 일반용 대비 60%, 농사용은 30% 수준에 불과해 24시간 가동되는 가상화폐 채굴용으로 사용될 경우 한전의 손실로 이어진다.
한전 관계자는 11일 “농사용이나 산업용 고객 가운데 전기사용이 많은 고객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에 들어갔으며 관련 조사는 이달 말까지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전의 ‘전력 기본 공급약관 시행세칙’에 따르면 가상화폐 채굴은 일반용 전력 요금 적용 대상이다.
한전은 관련 약관을 통해 ▲채취·채굴, 제조 등의 활동에 사용되는 전력 ▲양복점이나 양화점 또는 맞춤제조업 ▲인쇄시설이 없는 출판 활동 ▲개인주문에 따른 여타 제품 제조 등은 산업용 전력 공급대상에서 제외한다.
한전은 2018년 초에도 현장 조사를 통해 산업 또는 농사용 전기를 가상화폐 채굴에 사용한 업체 38개를 적발하고 이들에게 5억원 가량의 위약금을 추징한 바 있다. 한전은 당시 월평균 전기 사용량이 450시간 이상 급증한 고객 1,045가구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이 같이 가상화폐용으로 산업용이나 농사용 전기를 사용할 경우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일반요금 납부자가 산업용이나 농사용 전기요금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메워주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 24시간 가동되는 가상화폐 채굴소의 특성을 감안하면, 송배전 등 전력계통 과부하 등으로 관련 한전의 관련 비용부담 증가도 우려된다. 전력수요가 높은 한여름이나 한겨울에도 가상화폐 채굴이 계속될 경우, 전력 공급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블랙아웃’까지 발생 할 수 있다.
한전 관계자는 “최근 가상화폐 가치가 상승하면서 계약을 위반한 전력 사용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적발되면 부당 이익금에 추징금을 더해 위약금을 청구하고, 위약금을 내지 않으면 단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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